얼음을 이용해 플라스틱 ‘폴리아닐린’ 나노시트를 손쉽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와 최일영·이정필 박사과정 연구팀은 얼음을 틀로 이용해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의 나노시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시트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보다 2배 이상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화학학술지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상위 10% 우수한 논문인 ‘중요논문(Highly Important Paper)’으로 선정됐다.
플라스틱이지만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고분자는 차세대 소재로 각광 받지만 합성과 공정이 복잡해 아직 상용화는 못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폴리아닐린은 간단한 공정으로 합성할 수 있어 초소형 전자기기나 전지 전극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폴리아닐린을 전기소자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자형태에서 2차원 ‘면’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래핀을 이용한 성과만이 학계에 알려진 상태다. 그래핀 역시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큰 면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박 교수팀은 폴리아닐린을 얼음 위에서 합성할 때, 수직방향으로 성장하는 화학작용에 주목했다. 이를 이용해 폴리아닐린을 나노 두께 시트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얼음 위에서 만든 나노시트는 합성 후 얼음을 녹여 다른 기판에 옮기기도 쉽고 마이크로 패턴 마스크를 이용해 쉽게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나노시트가 가진 뛰어난 전도성이다. 나노시트는 그간 알려졌던 폴리아닐린 전도도의 40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류도 그래핀보다 두 배 많이 흘려보낼 수 있다.
박문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지금까지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연구결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된 나노시트를 이용해 액추에이터와 같은 다양한 전기화학 소자의 전극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후속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