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최종 처분장 입지 선정 최우선 순위는 과학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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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은 우리보다 상당 부분 앞서 있다. GTS 등 전문 연구기관에서 오랜 기간 처분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왔고 중간저장시설도 갖췄다.

스위스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인 즈월락에는 중저준위 폐기물은 물론이고 알파폐기물(초우라늄 등), 고준위 폐기물 등이 심지층 최종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폐기물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부피 축소 공정 등을 거친다.

스위스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관련 연구는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진다. 화강암층을 중점으로 연구했던 GTS가 그중 하나다. 최근에는 몽트테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유백점토층 연구가 주목받는다. 지금까지는 단단한 암반층에 집중했던 연구 스펙트럼을 넓혀 새로운 지질 활용 가능성도 보고 있는 셈이다.

유백점토층은 1억800만년 전 쥐라기시대 얕은 바다에서 형성된 것으로 오팔리너스 조개화석 이름을 따 ‘오팔리너스 클레이’라고 불린다. 수분 삼투압 기능이 매우 약해 수분 입자와 기타 독성물질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최근 연구가 빠르게 진행돼 지금은 화강암층과 유사한 수준 정보가 취합돼 있는 상황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공동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여러 연구결과에 기반을 두고 스위스는 최종 처분장 부지를 취리히 노르도스트와 주라 오스트 두 곳을 낙점한 상황이다. 스위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동조합(NAGRA)은 지질적합성과 안전성 등 확인 과정을 거쳐 2020년께 부지를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스위스 역시 고민은 사회적 여론에 있다. 직접민주제 정치형태인 만큼 개인에게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한 적절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상 문제도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부분인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 1993년 중저준위 처분장 후보지 설문에서 50.8% 찬성을 보였던 여론은 보조금 지급을 가정하자 24.6%로 급감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처분장은 필요하다는 여론이 보조금으로 인해 혐오시설로 각인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부지선정 목표를 2020년으로 잡고 있지만 그 이후 찬반 국민투표는 2027년 최종 처분까지 10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회승인에서부터 국민투표 등 다양한 여론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주민투표도 진행된다. 하지만 주민투표로 반대의사가 나온다고 해도 최종 결정된 부지가 변경될 가능성은 낮다. 이미 과학적 근거로 적합한 지역이라는 점을 증명한 만큼 혐오감에 의한 의견으로 정책을 바꾸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블레슈미트 GTS 소장은 “반대여론이 나와도 에너지부에서 주민 설득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과학적으로나 안전상 문제가 아니라 정서상 불안이나 시설 혐오 문제기 때문에 설득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타넨(스위스)=

<스위스 방사성폐기물 관리 개요/자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스위스 방사성폐기물 관리 개요/자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스위스 방사성폐기물 처분 및 연구 계획/자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스위스 방사성폐기물 처분 및 연구 계획/자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