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 기술리더를 찾아서]<5>산업을 신명나게 돌린다 `신명전기`

한국전쟁 직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중고 모터를 개조해 시장에 내다 팔면서 얻은 산업용 모터 개발·생산 기술로 한국시장을 넘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커가는 기업이 있다.

회사가 없어질 뻔한 큰 시련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58년째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독보적 유도전동기(모터) 기술에, 모터감속기까지 시장 영역을 넓히면서 최근엔 정보통신기술(ICT)·전력기기 융합 솔루션까지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신명전기 직원이 유도전동기와 모터감속기 등 산업용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신명전기 직원이 유도전동기와 모터감속기 등 산업용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1958년 설립된 신명전기(대표 홍성길)는 유도전동기와 모터감속기만 생산해온 한국대표 산업용 모터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모터 회전축에 기어를 부착해 기존 모터보다 회전 토크 성능을 크게 높인 기어드(Geared) 모터와 단상·삼상 모터 등이다.

현장 맞춤형 전동기 생산 시스템까지 갖췄다. 엘리베이터, 워킹보드, 지하철 스크린 도어용부터 식품 가공기용까지 다양한 산업·상업 현장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신명전기 모터감속기는 저속에도 노이즈 현상 없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벨트를 이용해 감속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물리적 감속 기술을 이용해 저소음, 운영비 절감, 사용수명 연장 효과가 탁월하다. 정확한 성능 예측이 가능한 설계기술과 오랜 시간 훈련된 제조기술을 고효율·고성능 프리미엄급 유도전동기에 적용했다. 세계 최고 수준 해외 업체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 우위를 갖췄다.

신명전기에 주목하도록 만드는 것은 기술력 하나로 과거 힘든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과 변화를 거듭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IMF 외환위기 전까지 국내 1위 생산력을 갖췄지만 2000년대 중국 저가 제품과 노동조합과 경영진 마찰로 갑작스런 부도를 맞았다. 이후 공채 1기로 입사한 지금의 홍성길 대표가 회사를 맡아 기업을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놓았고 기어드 모터 등 국산화를 견인하며 매년 100억원가량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후에도 시련은 다시 찾아왔다. 지난 2013년 뜻하지 않은 화재 사고로 40억원 상당 재고와 생산 설비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대규모 모터 수출을 앞두고 포장까지 마친 상태여서 상실감과 재무 피해는 더욱 컸다. 하지만 위기는 기술력으로 무장한 신명전기에 또다른 기회로 작용했다. 독자 기술에 자신했던 직원들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도움으로 다시 한번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전기산업 기술리더를 찾아서]<5>산업을 신명나게 돌린다 `신명전기`

홍 대표는 “회사 부도에, 화재 사고까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우리만이 가진 독보적 기술력과 이를 믿고 따라와 줬던 직원들 덕”이라며 “당시 24시간 맞교대로 공장을 가동했고 미국 업체와 약속한 물량을 공급하면서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시장 확장에도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부도로 잃었던 전국 40여곳 대리점과도 다시 거래처를 복구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불굴의 투지로 신명전기는 자체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터 제품에 전자제어 및 ICT를 융합시켜 자연채광을 실생활 에너지로 전환하는 자동제어 윈도 시스템을 개발했다. 온도와 시간, 계절마다 태양광을 유입해 공장 에너지 운전효율을 높인 새로운 개념의 설비다. 겨울엔 직접 태양광을 받도록 하면서 더울 때는 조명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자연이 주는 태양광을 난방과 조명으로 활용한다. 전동기 감속기술과 온도센서 등 전력제어와 ICT가 융합한 스마트 솔루션이다.

홍 대표는 “그동안 나온 기술·제품에 전동기 등 전력제어 기술을 융합해 자동제어 윈도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난방이 어렵거나 실내가 어두워서 안전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중소 단위 생산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장 공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