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분쟁]김신 삼성물산 사장 "국민연금 반대하면 합병 어렵다"

김신 삼성물산(상사부문) 사장이 제일모직과 합병 성사 열쇠를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고 지목했다.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원활하게 우호지분 확보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면 합병이 어렵다고 봤다. 최근 법원 판결과 자문사 의견 등 주주권 행사에 중요하게 작용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제일모직과 합병은 국민연금만 찬성하면 확실히 성사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로 합병 이후 시너지와 주가 상승이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 자료를 제출하며 성실히 설명하고 있다”며 “계속 접촉하고 있고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 발언은 합병 찬반 지분 확보전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국민연금이 확실한 우군이 돼주기를 바라는 삼성 측 심경을 그대로 담았다.

삼성은 지난 7일 법원 판결로 KCC로 넘긴 자사주 5.76% 찬성 의결권을 확보해 삼성 특수관계인 13.82% 지분을 포함해 최소 19.58% 우호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 10% 내외인 기관 투자자도 대다수 합병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은 7.12%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의결권 자문기관 ISS 합병 반대 의견으로 외국인 지분 26.68% 가운데 상당수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찬반 어느 쪽도 독자적 힘으로 완승을 기대할 수 없고 지분 11.6%를 보유한 국민연금 의견에 따라 합병 여부가 갈리게 된다.

삼성 측 기대와 달리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국민연금이 어떤 의견을 낼지는 아직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원은 지난 1일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며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의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지 않다”며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이 합병비율을 근거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는 부담스러워졌다는 관측이다.

합병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관련 공식 자문 기관이다. 지금까지 지배구조원, ISS, 세계 2위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자문 컨소시엄 서스틴베스트까지 주요 자문기관 네 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ISS가 (이전에도) 제일모직 가치평가를 한 게 있는데, (이번) 삼성물산 평가할 때 기준하고 내용이 달랐다”며 “잣대가 좀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