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파크 장비 노후화 심각...기업 지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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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한 지역 테크노파크는 기업 제품 인증에 필요한 시험 과정에서 장비 고장 사태를 겪었다. 해당 장비는 독일산으로 2억5000만원짜리다. 수리를 위해 해외로 보내고 받는 과정에서 한 달 반을 소비했다. 이 기간 동안 해당 장비를 이용한 제품시험 인증 지원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지역 기업 K사는 최근 시제품 개발을 위해 TP 장비를 이용하려 했지만 기존 장비로는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테스트를 할 수 없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신제품 개발 및 테스트를 보유 장비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다. K사는 해외에 시제품 테스트를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 각 지역 테크노파크(TP)가 보유한 장비 노후화가 심각해 기업 지원에 애를 먹고 있다.

TP는 지난 2006년 지역산업 기반구축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장비를 구축했다. 현재 TP마다 장비 종류와 대수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0대에서 많게는 320대까지 보유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2000~2015년까지 TP를 포함해 전국 산학연관이 구축한 장비는 2만6815대다. 3조6672억원이 투입됐다. 전체 장비 중 출연연 등 연구기관이 39.4%, 대학 16.5%, 테크노파크 16.5%, 기업 10.2%, 지역특화센터 7.1%, 기타 10.2% 보유로 집계됐다.

KEIT 장비공동이용시스템(e-Tube)에 올라 온 TP 보유 장비는 데이터처리, 기계가공시험, 화합물 전처리 분석, 전기·전자, 광학전자영상, 물리적 측정 장비 등 7종 3076대다. TP 장비는 주로 제품과 기술 인증을 위한 시험·분석, 시제품 테스트와 가공,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다.

TP가 2006년 기반구축사업 첫 해 도입한 장비는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장비 노후화는 잦은 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비 감가상각은 보통 5년 정도다. 이미 상당 장비가 제 역할을 다해 교체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는 전국 테크노파크 보유 장비 70% 이상이 내구연한을 1~2년 안팎으로 남겨둔 상태라 추정하고 있다. 폐기 처분해야 할 장비 또한 향후 1~2년 새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 초 하드웨어 중심의 기반구축 사업이 대폭 축소되고, 장비 활용 극대화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TP 신규 장비도입은 사실상 크게 줄었다. 보유 장비 중 노후 장비 비중은 계속 높아졌다. 이로 인해 장비 유지 보수비용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TP 장비 노후화로 인한 직격탄은 중소기업이 맞고 있다. 장비 구축과 활용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테크노파크 핵심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고가 장비를 자체 보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비 활용을 TP 등 기업지원 기관에 의존해왔다.

한 지역기업 사장은 “노후 장비 대체가 지연되고, 여분도 갖추지 못해 TP 장비가 고장 날 때마다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며 “고장에 대한 우려로 해당 장비 기능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TP 장비 노후화를 해소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TP마다 개별적으로 장비 활용에 따른 수익금을 이용해 교정, 수리,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대체 장비 도입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신규장비 도입으로 이를 해결하려 해도 사업 확보가 쉽지 않다.

장비 폐기와 대체 장비 도입에 관한 명확한 지침도 없다. TP는 장비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수리해 사용하면서도 장비를 폐기해야 할 상태까지 이르면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다.

일부 테크노파크는 노후 장비 교체 문제로 정부 및 지자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노후장비 개선을 위해 ‘노후장비 일제정비 및 이전 재활용 사업’ ‘연구장비 성능향상 사업’ 등을 시작했다. 하지만 노후장비 활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예산 부족으로 소수 몇몇 기관 장비에, 그것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도 예산 밖에는 안 되는 실정이다.

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중장기 TP 자립화를 위해 TP 내 기본 재산으로 쌓아둔 수익금을 활용할 때라 주장하고 있다. 이 수익금은 TP가 장비 활용과 임대 등을 통해 거둔 수입으로 TP마다 50~1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운 KEIT 연구장비관리센터장은 “각 TP 수익금을 장비 대체에 사용하는 것은 대체 장비 필요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하지만 각 TP 이사회를 통해 가능하다”며 “노후 장비라도 폐기에 앞서 사용 환경 변화를 검토하고, 사용 기관도 바꿔가며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하자는 것이 정부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 테크노파크 보유 장비(금액별)*자료: KEIT 연구장비관리센터>


전국 테크노파크 보유 장비(금액별)*자료: KEIT 연구장비관리센터

<전국 테크노파크 보유 장비(용도별)*자료: KEIT 연구장비관리센터>


전국 테크노파크 보유 장비(용도별)*자료: KEIT 연구장비관리센터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