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대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에 참가하고 창업지원센터들을 둘러보고 왔다. 상하이를 둘러본 게 5년 만이라서 그런지 많이 놀랐다. 상하이의 달라진 모습이 ‘서울 촌놈’에겐 믿기지 않았다.
상하이 푸둥은 세 번 방문했는데 세 번 모두 놀랐다. 1992년 기자로서 박태준 포스코 회장을 수행해 상하이에 갔을 때 처음 놀랐다. 당시 유상부 상무가 들판 한가운데서 “이곳에 포스코 중국지사를 지을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그 들판 한복판이 바로 푸둥이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때는 중국관에서 ‘청명상하도’를 보고 기겁했다. 송나라 때 풍속화가 초대형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나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번에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실력을 보고 놀랐다. 전시장에서 설명을 들을 때마다 “진짜냐?”를 연발했다. 홍채인식을 이용한 스마트폰 잠금해제 기술을 개발해 레노버에 제공한다는 스타트업도 있었고, 폰에서 알리페이, 텐페이 등 어떤 결제수단이든 사용하게 해 주는 기술을 전시한 스타트업도 있었다. 가상현실(VR) 기기에 스마트폰을 꽂아 생중계 영상을 입체로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스타트업도 있었다.
한 스타트업 부스에서는 갑절로 놀랐다. 이 스타트업은 디캠프 주최 ‘디데이’ 우승팀과 비슷한 서비스를 전시했다. 신기해서 물어봤는데 디데이 우승팀의 서비스에 비해 기능이 다양했다. 한 직원은 “디데이 우승팀을 잘 안다”면서 “우리 서비스가 더 낫다”고 했다. “기능이 다양하다고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더니 그 직원은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반박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는 ‘링하오시엔’이라는 스타트업을 방문했을 때도 놀랐다. 호주 유학 중에 창업했고, 실리콘밸리 투자사인 세콰이어와 중국 텐센트 투자를 받았다고 했다. 기업가치는 3800억원, 지난해 매출은 700억원, 임직원 수는 1500명. 현재 13개인 서비스 도시를 연말까지 30개로 늘린다고 했다. 최근 창업 3주년을 맞은 기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중국의 창업 열기도 예상을 초월했다. 창업지원센터 EFG는 우선 규모가 대단했다. 큼직한 건물 4개로 구성된 단지는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했고 곳곳에 창업 관련 상징물이 서 있었다. 점심시간에 500명 이상 수용할 만한 구내식당에 갔을 땐 젊은이들로 북적여 장터 같았다. 그동안 EFG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게 1000건이 넘는다고 했다.
창업지원기업 엑스노드에서도 놀라운 얘기를 많이 들었다. 레노버가 전국 곳곳에서 ‘레전드스타’라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투자도 한다고 했다. 텐센트는 연말까지 20개 도시에 창업지원센터를 열기로 했다고 들었다. 창업 지원이 유망 사업으로 뜨면서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또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이 창업 허브가 되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고 했다.
식당에서는 엉뚱한 일로 놀랐다. 한국에서 가져간 신용카드가 무용지물이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지하도 현금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해야 했다. 중국에서는 주로 알리페이, 텐페이 등 모바일 결제수단을 사용하는데 수수료가 거의 제로여서 신용카드는 아예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중국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의 창업 열기를 보면서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다. 디캠프 동료들도 놀랐다고 했고 스타트업 대표들도 놀랐다고 했다. 중국은 이미 정부가 창업 불을 지피는 단계를 넘었다.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하이에서 우버 기사가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중국 13억 인구 중 3억명만 한국 사람처럼 일하면 한국은 없다”는 얘기였다. 껄껄껄 웃었지만 뒷맛이 찜찜했다.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kwanghyon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