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을 플랫폼 시대라 한다. 상상도 플랫폼 위에서 창조적 비즈니스로 거듭나고, 서비스도 플랫폼 위에 올리면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재탄생한다. 심지어 하드웨어 조차 플랫폼 위에 올려 서비스처럼 사용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시대다.
한국전력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국가 전력인프라에 처음 연동시켰다. 실험단계 연동을 넘어 이제 ESS가 국가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전력망 무대에 꼭 필요한 역할을 갖고 데뷔한 셈이다. 한전은 ESS 첫 역할로 주파수조정(FR)을 맡겼다. 한전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배전할 때 전력망 본체에 흐르는 주파수와 발전된 전기 주파를 최대한 맞춰야 전력 손실을 줄이고 송·배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주파수 격차가 크거나 조정이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으면 전력연동이 불안하고 결국 단락 같은 망연계가 끊어지기도 한다. 정전 같은 사태를 부를 수 있다.
ESS는 여러 개 배터리를 묶어 안정적 전력 저장과 필요할 때 방전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ESS는 자체적으로 전기적 제품 성격과 배터리관리시스템, 전력전환시스템 등 ICT를 융합시킨 융합체적 제품이다. 자연히 여러 기술이 묶이고, 관련 업체와 기술이 용광로처럼 섞여 들어가는 분야다.
ESS 전력망 첫 연계를 새로운 전력 산업, 에너지 비즈니스 창출 플랫폼으로 여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국가 전력망에 첫 연동되는 ESS 가동에 여러 대기업이 이름을 올렸지만 더 많은 관련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플랫폼은 이제 여러 산업이 뛰어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무대다. ESS 전력망 연계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 플랫폼은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관련 산업과 기업 성장을 추동한다. ESS가 FR란 첫 임무를 넘어 전력망 전체에 역할할 수 있는 시대도 곧 닥쳐온다. 처음으로 열린 이 플랫폼을 얼마나 잘 활용해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그 시기를 앞당길지, 늦출지를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