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 사업권을 가진 5개 홈쇼핑사가 잇따라 T커머스 방송을 개국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6~20번 사이 홈쇼핑에서 본 방송이 30~50번대 채널에서 또 나온다. 지상파 드라마를 케이블에서 재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홈쇼핑이 재방송된다. 홈쇼핑 재방송 PP인 셈이다.
최근 TV 채널은 그야말로 홈쇼핑 전성시대다. T커머스까지 더하면 17개나 된다. 일각에서는 디지털방송 시대에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 쇼핑 채널도 늘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오전에 홈쇼핑에서 본 상품을 오후 재방송에서 다시 봐야 한다면 소비자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홈쇼핑사가 올해 상반기 T커머스 방송을 속속 개국했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하다보니 허점이 많다. 현대홈쇼핑이 그렇다. 생방송 멘트 부분은 다 잘라냈다. 현대홈쇼핑 T커머스에서는 생방송 멘트가 잘린 기존 홈쇼핑 동영상이 방송된다. 시청자는 홈쇼핑도 재방송을 봐야 한다.
홈쇼핑사도 할 말은 많다. 아직 개국 초기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탄탄한 상품을 가진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나온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T커머스 방송은 정부 허가 사업이다. 재방송하라고 내 준 사업권이 아니다. 다양한 상품을 양방향 데이터 방송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라고 준 사업권이다.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데이터 방송을 개발하다보면 특허도 획득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홈쇼핑처럼 T커머스 모델도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고 준 사업권이다.
T커머스 사업권 재승인 심사는 내년 4월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재방송’ 홈쇼핑을 어떻게 할 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17개로 늘어난 쇼핑 채널에 피로도가 높아진 시청자가 홈쇼핑 재방송까지 봐야 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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