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20억원을 들여 증축한 케이엘텍(대표 박경일) 생산라인은 LED사각 투광등 패키징 작업으로 분주했다. 공장 한 켠에는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LED투광등과 터널등이 질서 정연하게 쌓여 있었다. 한국광기술원 등 쟁쟁한 연구기관 출신으로 구성된 기업부설연구소 직원은 LED조명 설계부터 광원, 광량, 조도 테스팅으로 일손이 모자랄 정도다.
지난 2012년 광주첨단산단에 둥지를 옮긴 케이엘텍은 자체 생산한 LED가로등을 3년째 필드테스트하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하게 불을 밝힌 이 가로등과 보안등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불량을 낸 적이 없다. ‘품질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경영철학으로 제품 신뢰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 제품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조달시장에서 매년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LED 시장 미개화로 대다수 중소기업이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엘텍이 과감한 R&D투자와 LED조명 제품군을 확대해 틈새 개척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기업은 생산물량을 줄이거나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 비해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역발상’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 후 매년 20억원씩 R&D에 투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신제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매년 4건 이상 특허와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케이엘텍은 올해 LED터널등기구, LED투광등기구 KS인증과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태양광발전시스템 Q마크를 획득했다. 또 횡단보도 투광등, 타워조명, 벽부착등기구, 스포츠조명등기구 등 신제품도 다수 출시했다.
신재생에너지전문기업으로 등록한 지난해에는 LED조명 15종이 K마크를 획득했다. 2013년에는 LED조명 45종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을 얻었다.
박경일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20여 지역 LED업계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아이디어 제품과 R&D 확대 등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제품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까다로운 관급 조달시장에서 전국 톱 10에 드는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10억원, 2012년 20억원, 2013년 30억원, 지난해 4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목표는 70억원이다.
케이엘텍은 우수기술 확보와 불량률 제로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비용은 줄이더라고 R&D 예산만큼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손대지 않았다.
결국 광주LED업체 가운데 최초로 KS와 한국광산업진흥회 ‘럭스코’ 인증을 얻었다. 특허만 50여건 이상을 확보했다.
실제로 케이엘텍 사무실 곳곳에는 직접생산증명서를 비롯해 벤처기업확인서, 디자인특허, 지적재산권 등 각종 인증서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특허와 품질인증 서류가 해마다 늘어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많은 중소기업이 정부과제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케이엘텍은 외부 과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쉽고 편안한 과제에 익숙해지면 결국 ‘온실속 화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매출 수천억원 중견가구 기업을 운영했던 박경일 사장은 편법을 쓰지 않는 정도 경영인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거래업체 대금결제도 제 날짜를 정확히 지켜 ‘믿을 만한 회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광주도시철도 1호선을 비롯한 한국수자원공사, 화순군, 진도군, 세종시, 제주시, 서울도시철도공사, 부산시, 전남개발공사,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 국립부여박물관 등 수백여 곳에서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박 사장은 “가격이 싸고 함량 미달인 중국산 저가 LED 제품은 초창기에는 주목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좋은 품질과 성능을 확보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면 언젠가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케이엘텍 현황>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