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AIST 나노종합기술원 1층 로비. 날개가 8개인 옥토콥터 드론이 무서운 바람소리를 내며 떠올라 무선충전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테라-드론1(TERA-DRONE1)’은 시행착오 없이 단 한 번 만에 무선충전 스테이션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5m가량 떨어진 모니터에는 충전을 알리는 녹색 바가 요동쳤다. 전력이 이상 없이 공급된다는 사인이었다. 이날 시연을 지켜본 KAIST 테라랩 연구원 표정에는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KAIST 테라랩(김정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실)이 언맨드솔루션(대표 문희창)
, 에너콘스테크(대표 김인명)와 공동으로 개발한 드론 무선충전 기술을 지난 13일 시연했다.
시연은 송치억 전기 및 전자공학과 연구원(박사과정 2년차)과 조경용 언맨드드솔루션 연구원이 맡았다. 드론 기본 본체는 구입했지만 제어장치와 통신장비, 충전기술 등은 모두 연구진이 자체 개발했다.
드론 무선충전 기술 시연은 본래 KAIST 운동장에서 드론을 차량 지붕에 착륙시켜 12V 배터리로 무선 충전하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9호 태풍 찬홈 영향으로 비바람 때문에 실내에서 이뤄졌다.
무선충전 기술은 KAIST 테라랩이, 드론제어 기술은 언맨드솔루션이, 60㎑용 전력회로 기술은 에너콘스테크가 맡아 개발했다.
이날 실내 시연에서는 드론이 조종에 따라 무선충전 스테이션에 자연스럽게 착륙하고, 무선충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선보였다. 무선전력 전송 과정을 나타낸 모니터에는 시시각각 테라-드론1 속도와 3축 각도, 위도 및 경도 속도, GPS 정보, 위성수, 현재 위치 등이 모두 나타났다.
드론 무선충전 기술은 200W급으로 설계했다. 코일간 무선전력 전송효율은 91%, 시스템 전체 전력 전송 효율은 72%로 측정됐다. 드론 배터리 용량은 1만㎃h로, 1시간 15분이면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드론 최대 비행시간 20분, 드론 최대 적재 중량은 11㎏으로 개발됐다.
택배나 정찰, 카메라 탑재 항공촬영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드론 다리에 위치한 코일로부터 전력을 전달 받는 무선충전 랜딩플레이트를 개발했다. 이는 자기장 결합계수를 높여 드론에 장착된 무선충전 코일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또 전자파가 주위로 새는 것을 막는 것이 용이한 구조다.
드론은 위성항법고정시스템(DGPS)을 이용해 무선 충전 랜딩플레이트 10㎝ 이내에 정확히 착륙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이 내세운 건 자기장 공진형 삼상 무선전력 전송 방식이다. 기존 단상 무선전력전송방식에 비해 효율을 크게 높였다. 또 전압 및 전류 고주파 전자파 잡음을 억제해 주변 회로 및 시스템의 전자파 방해 잡음을 크게 줄였다.
연구진은 삼상 무선전력 전송 방식을 기반으로 페라이트와 다중 공진 리액티브 루프 차폐 기술을 결합해 무선충전기로부터 발생하는 전자파를 크게 줄여 누설 자기장 크기를 국제허용기준인 62.5mG(밀리가우스)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드론 기술을 적용하면 택배와 드론을 실은 트럭이 목표 지점 근처에 정차하고 드론이 20㎞ 반경 내에서 택배 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테라랩은 다양한 무선충전 기술과 특허를 바탕으로 드론에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무선충전시스템을 지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Teal Group)에 따르면, 드론시장 규모는 2013년 60억달러에서 2022년 114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정호 교수는 “드론은 군사용을 넘어 가까운 미래 새로운 물류 택배용 및 감시용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직접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는데다 드론 안정성 확보 및 고주파 전자파 발생 억제, 차량 탑재 이동 중 충전을 통해 드론 운행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