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은 2013년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여기에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은 핀테크 열풍을 활활 타오르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15년 전에 우리나라에 불어닥쳤던 핀테크를 기억해야 한다. 당시는 핀테크 대신에 ‘금융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고 많은 비금융기관이 금융융합 서비스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네모 서비스’와 ‘모네타 결제’, 팍스넷의 ‘증권정보 포털’, 브이소사이어티의 ‘브이뱅크’, 사이테크의 ‘머니마니 전자가계부’ 등이 주목을 받았다. 네모서비스는 지금의 뱅크월렛이고, 모네타결제는 지금의 모바일결제이며 브이뱅크는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이고, 머니마니는 지금의 개인자산관리시스템(PFMS)이다.
금융회사는 2000년대에 휴대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통신회사가 금융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금융회사가 모바일서비스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고객의 모바일 요구를 만족시키려는 것보다 통신사 영역 침범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 실질적인 모바일금융 수요를 창출해 냈던 국민은행의 뱅크온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산업별 규제는 통신회사에 실질적인 융합서비스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신회사든 금융회사든 모두 국내 기업이었기에 정부가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0년대의 핀테크는 2000년대 금융융합과는 분명히 다르다. 단순 인터넷 접속기인 휴대폰과 달리 스마트폰은 강력한 업무처리 도구이고 글로벌 및 로컬 전자상거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핀테크 서비스를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 등 금융후진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이미 인터넷 중심 은행이다. 우리나라 고객들은 이미 지점에 가지 않고 대부분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지점이 없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될 수 있지만 기존 은행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 정보시스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핀테크에 활용되는 정보기술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핀테크 핵심은 차별화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 측면에서 IT기업이 금융 플랫폼비즈니스를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금융회사가 만드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 여기에 IT회사의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융합하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 중요한 점은 국내 금융기관이 금융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관점이 아닌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을 가져야 한다.
국내 핀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정부가 각종 금융 규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금융규제 해제는 국내 IT회사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글로벌 IT회사의 국내 진입을 더 쉽게 해 주고 그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비금융기관의 진정한 협력이 중요하다. 금융회사가 핀테크센터나 핀테크사업부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나 국내 IT회사가 특정 금융서비스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핀테크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활서비스에 금융서비스가 녹아들어서 고객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융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모델은 금융회사보다는 IT회사가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IT회사가 전면에 나서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주석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jspark@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