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파워와 튜너,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 HDD모터 사업 철수에 이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주력 사업과 연관이 낮은 분야를 정리해 손익 구조를 개선할 전망이다.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 신설법인에 인력과 자산을 양도, 매출 6000억원 규모 신생 부품업체 탄생도 예고됐다. 전성호 삼성전기 DM사업부장(부사장)이 신설법인 대표로 거론된다. 8월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대표 이윤태)는 14일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파워·튜너·ESL 제품 등 일부 모듈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많은 종류 부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백화점식 구조에서 소재와 다층박막성형, 고주파회로, 광학기술 등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고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려는 전략이다.
시장 환경 변화와 실적부진으로 사업 철수가 결정된 HDD모터 사업과 달리 파워·튜너·ESL 분사는 핵심사업 역량 집중 의미가 더 크다. 삼성전기 분사·매각 사업에 뿌리를 둔 파트론, 에스맥, 나노스, 와이솔 등과 같은 주요 부품업체가 신규 설립될 가능성이 있다.
파워와 튜너는 견조한 실적을 꾸준히 기록해 왔지만 핵심 사업과 유관성 부족으로 지난해 경영진단 이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 등 세트업체 고정 수요가 있어 신설법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가 2013년 본격 진입한 ESL은 사물인터넷(IoT) 바람을 타고 차기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보다 시장 활성화가 늦어지면서 발목을 잡았다. 소규모 시장에 유통 매장별로 개별 대응하는 영업 구조 역시 대규모 거래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삼성전기 성격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평가다.
분사되는 사업 총매출은 지난해 기준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속 인력 500여명과 해외사업장 1700여명은 신설법인으로 자리를 옮긴다.
통합 DM사업부 이전 CDS사업부에 파워모듈과 함께 있던 와이파이 모듈과 무선충전 사업 등은 삼성전기에 그대로 남는다. IoT와 관련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
카메라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주력사업에는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카메라모듈은 베트남 공장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조만간 양산에 들어간다. 광학 손떨림보정(OIS), 듀얼카메라 등 고부가 제품 확대와 중화권 수요 증가 등 시장 전망이 밝다. 전체 가동 중인 MLCC 필리핀 공장에는 2880억원어치 추가 설비가 투입된다.
삼성전기는 사업 조정이 마무리되는 하반기 이후 핵심사업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다. 카메라모듈, 무선충전모듈 등 주요 부품 소재 분야 내재화는 물론이고 차량 전장부품 사업 강화가 예상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