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승인을 위한 17일 임시 주주총회가 목전에 온 가운데 삼성그룹 사장단이 강한 어조로 합병 당위성을 피력했다. ‘압도적’, ‘퇴로 차단’ 등의 단어와 의미를 사용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15일 오전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협의회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을 찾은 사장들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방침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국내 자본시장 발전과 연금의 장기적 운용수익 측면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사자인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사장)와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대표(사장)도 “좋은 판단이다”, “자신감을 얻었다”며 국민연금의 결정을 환영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둘러싼 갈등이 국내 자본시장과 투기자본 간 첫번째 싸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신 사장은 “엘리엇 공격으로 경영진과 직원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경영상황이 마비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윤용암 사장은 “앞으로도 투기자본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며 “17일 주총에서 큰 차이로 이겨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압도적 승리론’을 제시했다.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 소액주주 설득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월요일 주요 일간지와 방송, 인터넷 포털을 통해 합병 당위성을 알리고 소액주주의 찬성 위임을 독려하고 있다. 윤용암 사장은 “광고 이전 소액주주들로부터 400~500건의 전화가 있었지만 광고 후 월요일 2000건, 화요일 3500건을 기록했다”며 “대부분이 찬성 의사표시였다”고 밝혔다. 국내 기관투자가도 한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합병안에 동감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합병 무산을 가정한 ‘퇴로 구축’은 없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김봉영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관투자가 대상 긴급 기업설명회(IR)에서 밝혔던 것처럼 “‘플랜B’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용암 사장도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에 대한 지지 당부도 거듭 이어졌다. 김신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은 장기적 주주가치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경영될 것”이라며 “(주주들께서) 이 부분에 확신을 갖고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합병안 지지를 요청했다.
윤용암 사장도 “(이번 분쟁을 두고) 애국심에 호소하기보다 국내 자본시장이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소액주주들께서 무엇이 본인의 투자와 우리 경제 발전, 자본시장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