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독식한 반도체 SMU 테스터, 국산화 바람 `솔솔`

해외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반도체 분석·검사 장비 시장에 국산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산화를 주도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생산 라인에 국내 기업이 개발한 계측 장비를 도입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현재 품질인증 단계여서 내부 기준을 통과하면 양산 라인에 적용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협업하고 있는 기업은 탑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장비 개발과 제조 전문기업이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 2013년 국내 분석·검사 장비 기업 일렉스를 인수해 기술을 확보했다.

탑엔지니어링이 인수한 일렉스는 지난 1997년 경북대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특정 해외기업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내 일부 검사 장비의 국산화를 논의해 온 회사다. 탑엔지니어링이 인수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했고 올해 초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탑엔지니어링은 각 반도체 소자 특성을 테스트하고 정밀도를 측정하는 소스측정장치(SMU) 모듈 기능을 탑재한 파라메트릭 분석기를 개발하고 이를 전체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반도체 공정 생산속도를 유지·개선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분석·검사 장비 시장은 텍트로닉스(키슬리),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키사이트테크놀로지, 어드반테스트, 엑시콘, 테라다인 등 미국과 일본 기업 점유율이 높다. 국내 소수 중소기업도 제품을 공급하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는 외산 장비에 의존한다. 반도체 다이오드 특성을 측정하는 분야는 특정 해외기업이 독점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고 시스템온칩(SoC), 시스템인패키지(SiP) 등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커패시터, 인버터 등 각각 반도체 소자가 정상 동작하는지 검사하는 과정이 중요해지면서 독점 현상도 심해졌다.

삼성전자가 탑엔지니어링 계측장비 테스트에 돌입하면서 업계는 반도체 테스트·계측 장비 국산화 확대 가능성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과거 외산 일색이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점차 기술력을 쌓아 점유율을 높인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국산 검사 장비가 늘어나면 발주하는 삼성전자는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업체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탑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오랫동안 국산 장비를 개발했고 올해 초 제품 개발을 끝냈다”며 “아직 시험 단계여서 최종 양산라인 적용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