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직 치료 중인 환자들이 있기에 완전히 종식된 상황은 아니지만 열흘 넘게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대중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히 해소됐다.
멀리 중동에서 건너온 메르스는 두 달 가까이 우리 사회를 휩쓸며 많은 아픔과 과제를 남겼다. 방역에 실패한 공중보건의료체계부터 국민을 실망시킨 정부 대응력, 어김없이 등장한 SNS 괴담과 정치·사회적 갈등까지 지속적인 해결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 과제 중에서도 과거 사스와 신종플루 사태 이후로 지금까지 밀린 숙제가 하나 있다. 검역 보조장비로 맹활약한 열영상 카메라 국산화 문제다.
대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 장비는 발열 증상을 동반하는 전염성 질병이 유행할 때마다 수요가 대폭 늘었다. 특히 미세한 온도 차이를 구분해 검역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고성능 장비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매번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간간히 국내업체 기술개발과 관련 제품 출시 소식이 이어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도 메르스 검역 최전선에는 고가 외산 장비가 자리를 지켰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대형 행사장은 물론이고 각종 공공기관과 병원, 학교, 기업 등 주문이 밀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청와대에 설치돼 논란이 된 제품조차 일본산 열영상 카메라였다.
물론 안전하고 정확한 검역을 위해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가 외산 장비 외에 대안을 찾을 수 없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곳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장비 국산화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메르스와 사스, 신종플루 같은 전염성 질병이 유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 기술로 만든 장비가 검역 최전선에서 국민 안전을 지키는 활약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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