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기술과 농업이 결합하면 농업 분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단장 겸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장은 “작물의 미생물 피해도 막고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데 플라즈마 이용 기술이 뛰어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유 단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독일 칼스루헤연구소에서 플라즈마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몇 안 되는 플라즈마 전문가다.
유 단장은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이 히트치고 있지만 슈퍼박테리아 등 미생물로 되레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다”며 “플라즈마야말로 농약을 대체할 살균수단이자 새로운 농작물 생산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미국서도 우리나라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연구한 지 이제 2~3년 정도 됐지만 활용 분야로 따지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플라즈마는 쓰레기를 태워버리는 소각로나 피부 기미와 치아 미백 등에 효과가 있는 치료 장비에도 활용할 수 있다.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소각로를 만들면 다이옥신이나 발암물질 발생이 거의 없다. 플라즈마 소각로는 엄청난 온도에서 쓰레기를 태우기 때문에 소각과정에서 생기는 환경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미용이나 의학에 쓸 플라즈마 치료 장비는 웬만한 병원에서는 이미 다 갖춰놓고 있습니다.”
춘천 출신인 유 단장은 어릴 적부터 수학과 과학을 잘했다. 중·고교 시절엔 ‘수학의 정석’을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4차원 입구를 찾는다며 날을 새웠다는 것이 유 단장 얘기다.
“물질의 근원을 찾다보니 원자핵공학과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핵분열을 공부하는데 흥미가 많았습니다. 대학원 이후 이산화탄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플라즈마에 빠져 들었죠.”
유 단장은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플라즈마를 활용한 융·복합 연구 총괄책임자다. 산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응용플라즈마 원천기술 개발을 이끌어왔다.
환경오염 처리기술, 신에너지원 개발,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등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한 국가 R&D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중성입자빔을 이용한 제3세대 실리콘 고효율 양자점 태양전기 기반 기술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 단장은 또 거의 매해마다 주요사업 우수과제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타려면 과학을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흥미를 잃으면 안됩니다. 과학적 수다도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식견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늘 메모하세요. 그러면 10년이나 20년뒤 노벨상 타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