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TV 시장은 가을 이사철에 제조사별로 잇따르는 보급형 출시와 할인혜택이 침체 반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패널가격 강세와 환율 불안정, 올해 상반기 세계적인 TV 수요 부진 등 침체가 잇따랐지만 업계는 하반기 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상반기 국내 TV 시장은 전체적인 수요 감소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방송방식 전환 등 대규모 ‘교체 요인’이 없는데다 과거와 달리 TV 품질이 좋아져 소비자가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9900만대를 판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억대 선이 무너졌다.
돌파구는 ‘할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시장에서 유례없는 할인 대전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SUHD, UHD 등 4K 제품군을 대상으로 구형 TV 반납 시 보상판매 혜택을 제공하자 LG전자는 65인치 슈퍼 울트라HD TV 구매고객에게 43인치 울트라HD TV를 증정하는 맞불을 놓았다. 미국에서도 삼성전자가 SUHD TV 가격을 절반 가까이 낮추며 흥행 불씨를 지피고 있다.
업계는 대규모 할인공세 이유로 ‘점유율 수성’을 꼽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TV 간 품질 차이를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렵고 가격인하 외에 TV 구입요인을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격인하 경쟁 촉발은 TV 제조사 수익성에 악영향이지만 소비자 구매심리는 높일 수 있어 사운드바, 홈시어터 등 관련 제품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혜택도 풍성하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SUHD TV, UHD TV 구매 고객에게 넷플릭스 1년 무료 이용권을 증정하고 있다. 140달러(약 16만원) 상당으로 넷플릭스가 보유한 드라마, 영화 등 4K 콘텐츠를 무한 시청할 수 있다. 4K 콘텐츠 보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로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보급형 제품도 시장 수성을 거든다. 삼성전자가 200만원대 SUHD TV를 내놓은 데 이어 LG전자는 하반기 보급형 울트라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룹 미래 성장동력인 올레드 보편화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해외업계도 마찬가지다. 소니는 최근 200만원대 모델 X8500C를 출시, 세계적인 가격 인하 움직임에 동참했고 미국 비지오는 100만원 미만 가격 보급형 제품을 내놓으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선도업체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한 TV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TV업계가 상반기에는 가격정책을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였다면 하반기에는 점유율 수성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공세를 펼쳐야할 것”이라며 “수요를 살리기 위한 업체 간 고육지책”이라고 소개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