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을의 반란’이 시작됐다. 중소 레미콘업계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동양시멘트 인수를 선언했다. 동양시멘트 인수를 통해 기존 독과점 산업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시멘트업체와 레미콘업체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대표적 ‘갑을 관계’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레미콘 업계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멘트 시장은 동양을 포함한 7개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한 곳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상위 업체 독과점이 심각해진다”며 인수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멘트 출하량 가운데 쌍용이 전체 19.8%(865만톤)을 차지했고 한일·성신·동양·라파즈 한라·현대 5개사가 각각 10.0∼13.6%, 아세아가 7.3%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한 곳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서상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소 레미콘업계가 동양시멘트 인수를 꿈꾸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절박함 때문”이라며 “구멍가게가 대형마트를 인수하려 한다며 비웃는 이들도 있지만 인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레미콘업체가 국내 시멘트 시장 최대 수요자임에도 독과점 산업구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인상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시멘트 국내 출하량 4370만톤 가운데 87%인 3800만톤을 레미콘 업체가 구매했고 이 가운데 중소 레미콘업체가 62%인 2700만톤을 사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환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유연탄 가격 하락과 엔저로 시멘트 회사에 원가 하락 요인이 많았지만 최근 3∼4년간 시멘트 가격이 50%가량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레미콘업체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가동률을 끌어올려 시멘트 마진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수익이 낮은 수출 비중을 줄여 내수용 시멘트를 활발하게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독과점을 깨 시멘트 시장 적정 가격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금은 현재도 중소 레미콘업체 참여가 이어지고 있고 증권사 등 투자자들의 참여 의향도 이어지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