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리나라 제품은 왜 예쁜 게 없는 거야?”
지난해 9월 결혼한 친구가 무더위에 선풍기를 사야 하는데 맘에 드는 제품이 없다고 투덜댔다. 그는 외산 중에 ‘발뮤다’가 마음에 드는데 50만원 넘는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국내 선풍기는 왜 이런 디자인이 없냐고 물었다. 기자도 아쉬웠다.
국내 프리미엄 선풍기 시장은 외산 업체가 꽉 잡고 있다. 다이슨이 대표적이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로 디자인과 안전을 동시에 잡았다. 발뮤다 역시 디자인, 성능을 앞세웠다. 그린팬은 국내에서 매년 완판된다.
우리나라 동종업체 고민은 깊다. 프리미엄 선풍기를 만들려면 10억~20억원 금형 개발비를 들여야 한다. 중소기업 마케팅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는 2만~3만대 규모를 팔 수 있을 지도 걱정이다. 대기업이 뛰어들자니 ‘선풍기까지 하냐’는 국민 시선이 무섭다.
국내 기업이 고민 하는 사이 샤오미가 또 선수를 쳤다. 샤오미는 발뮤다 공기청정기 제품을 모방한 ‘미에어’를 출시했다. 카피캣이다. 가격은 발뮤다 반값도 안 된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1000대 한정판매한 ‘미에어’는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우리 기업에 대기업 혁신제품을 모방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프리미엄 선풍기 시장에 내로라할 국내 기업이 없어 아쉽다는 말이다. 샤오미 ‘미에어’가 발뮤다 ‘에어엔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방하면서 기술력은 나날이 발전한다. 전자제품 패러다임이 점차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던 전자산업 흐름이 인건비가 더 저렴하고 공세적인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친구의 물음에 “조금만 기다려봐, 샤오미가 발뮤다와 똑같은 선풍기를 반값에 만들어 내놓을 테니”라고 답했다. 씁쓸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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