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혁신을 위한 유연한 사고

[소재부품칼럼]혁신을 위한 유연한 사고

347년 역사를 가진 머크는 ‘혁신’ 기업으로 유명하다. 머크의 혁신은 기술이 견인하며, 헬스케어·생명과학·첨단소재에 집중돼 있다.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을 끊임없이 제공하며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한다.

혁신은 계획하거나 강요한다고 해서 생길 수 없다. 그러나 특정한 환경은 혁신적 프로세스를 강력히 뒷받침한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환경은 물리적 환경이 될 수도 있으며, 이제 막 출범하는 머크의 ‘가상혁신센터’처럼 가상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가상혁신센터는 전 세계 머크 계열사 직원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머크는 1999년 혁신을 장려하고 발굴하기 위해 사내 혁신상을 제정했다. 이후 혁신상은 더욱 확장돼 지금은 변화, 혁신, 사업 탁월성, 고객 중심 4대 분야에서 시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으로 머크는 조직의 창의성, 책임감, 벤처기업 마인드를 북돋우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별 지원 외에도 혁신을 주제로 하는 특별 프로젝트나 다양한 사내 행사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이들 아이디어를 머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제 혁신으로 발전시키고 실행하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활동은 머크의 슬로건인 ‘살아 있는 혁신’으로 표현된다. 선정된 일부 프로젝트는 ‘이노스파이어(Innospire)’와 같은 기존 혁신 운동 또는 사업 활동에서 직접 유도된 것이다. 이노스파이어는 전사적인 아이디어 대회로 직원들이 신제품이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2009년 이후 실제적인 사업 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취지로 ‘머크 싱크뱅크(MTB)’를 운영 중이다. 부서나 업무 간 구분을 초월한 협업이나 여러 분야 직원이 함께 참여해 ‘기존과는 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예가 있는데, ‘디스플레잉 퓨처스(Displaying Futures)’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개념의 글로벌 심포지엄으로 개최국은 매년 달라진다. 2013년에는 한국머크에서 행사를 주관했다. 당시 행사는 우리 사회와 일상생활에 생길 미래 변화를 논하고 기술 장벽을 다양한 분야에서 살펴보았다. 예술가, 과학자, 산업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방면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각자 관점에서 통찰력을 제공했다. 머크는 디스플레잉 퓨처스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접근을 넘어 다양한 전문가가 각각의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눈에 보이게’ 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두 번째 예는 경계를 초월한 협업을 위한 방안으로 영국 사우샘프턴 칠워스에 있는 머크의 R&D 센터다. R&D 센터 인근에는 이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와 같은 유명 대학이 있으며, 다양한 배경의 연구진이 미래 기술 플랫폼을 탐구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유기전자(Organic Electronics)다. 유기전자는 실리콘 혁신처럼 세계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유기 반도체 소재는 미래 핵심 소재 기반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확히 어떤 시장으로 발전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들 R&D 자원을 오늘날 알려진 분야에만 국한시킨다면 이는 상상력 제한으로 이어져 결국 가장 흥미로운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존 사업 모델을 뛰어넘어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위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디지털화로 내부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더 많은 영향을 주면서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혁신은 창조도 발명도 아니다. 거듭 말하면 혁신은 계획하거나 강요한다고 해서 생길 수 없다. 그러나 특정한 환경을 갖추면, 모든 부문에서 혁신이 앞당겨질 것임을 확신한다. 정부나 기업에 관계 없이 이는 혁신적 프로세스, 환경 그리고 창조 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 michael.grund@merckgro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