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융·복합화 경향이 커지면서 하나의 제품 개발에 필요한 특허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5만개 특허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SEP)는 약 1만개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나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다수의 특허가 필요하고 다수의 특허가 각각 다른 소유권자에게 있는 경우 특허덤불이 형성된다. 특허덤불은 새로운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한 기업이 헤쳐 나가야 하는 특허권이 마치 숲처럼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는 무수히 많은 특허권 더미를 말한다.
특허덤불이 가져오는 궁극적인 문제는 기존 특허권이 혁신적인 제품의 시장 출시를 제약함으로써 신규기술 시장진입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기업 혁신활동을 위축시켜 관련 시장 경쟁이 제한됨에 따라 결국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동시에 특허권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특허제도 본연의 목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특허 덤불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덤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특허풀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허풀이란 다수 특허권자가 특정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하나의 풀(pool)로 묶어서 각자의 특허를 서로에게 혹은 제3자에게 사용 허락하는 협정이다. 특허풀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각 특허권자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특허풀 내에서 포기하고 상호간 특허 사용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항공기 제작을 위한 필수 특허의 사용을 둘러싼 특허분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필수 특허를 다수의 기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들 간의 특허권 사용 분쟁으로 인해 항공기 제작이 거의 중단된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이로 인한 항공기 산업 발전의 저해를 우려하면서 비자발적 특허풀인 MAA(Manufacturers Aircraft Association)를 결성해 항공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특허덤불로 인한 문제를 해결했다.
둘 이상의 특허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관련기술에 대하여 크로스라이선스를 맺는 방법 또한 특허덤불을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업 간 크로스라이선스 체결을 통해 특허덤불로 인한 분쟁을 합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 대안으로 기술 표준 설정은 과도한 거래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중복투자 가능성을 감소시킴으로써 특허덤불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IT분야는 개량기술 개발을 통해 발전하는 측면이 강해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화 기술을 모방하고 개선하는 기술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기술 표준화는 특허권의 합리적 실시를 통해 신규 진입자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표준기술 확산을 통해 기술에 대한 중복투자 가능성을 낮추는 등 특허덤불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허제도는 일정기간 특정 기술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개발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혁신을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제도다. 그러나 최근 IT분야에서 특허덤불 문제로 인해 특허권을 과도하게 행사함으로써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신제품 개발을 저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특허 덤불 문제 개선을 통해 특허권자 권리보호와 기술혁신 촉진 간 균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특허제도 긍정적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통해 기업 및 국가 혁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덕철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cdc5050@kii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