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온다.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현상을 가리켜 ‘풍선효과(Balloon effect)’라고 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집창촌을 단속하자 주택가로 옮겨가 더 은밀한 성매매가 이루어진 일,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줄이자 서민들이 고금리를 떠안으면서도 제2 금융권에서 돈을 더 빌리는 것 등이 사례로 꼽힌다.
최근 홈쇼핑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충돌했다. 홈앤쇼핑과 현대HCN의 대결로만 단순화하기 어렵다. 배경에는 홈쇼핑업계 전체가 지불할 돈이 늘고 있는데 받아야할 돈은 줄이라는 정부 정책이 있다. 풍선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
홈쇼핑사업의 가장 큰 비용이 되는 ‘송출수수료’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09년 4900억원이던 우리나라 전체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송출수수료가 오른 큰 원인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신설 공영홈쇼핑에다 T커머스까지 사업자가 늘었다. ‘좋은’ 채널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많아지니 송출수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제조업체 부담완화와 물가안정을 취지로 홈쇼핑 사업자가 받는 판매수수료는 낮추라고 독려 중이다. 반면에 유료방송사업자 송출수수료에는 관대하다. 민간 사업자 영역이라며 애써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기자 역시 홈쇼핑 사업자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위해서 판매수수료는 더 낮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 태도다. 판매수수료가 매출이라면 송출수수료는 원료비에 해당한다. 매출은 줄고 재료비가 늘어난다면 기업경영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거나, 갑질로 중소기업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송출수수료를 그냥두고 판매 수수료만 낮추라는 이야기는 이 같은 ‘풍선효과’를 방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료방송사업자도, 17개 TV쇼핑 사업자도 모두 정부 허가를 거쳐 탄생했다.
전자자동차산업부 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