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핀테크, 멀리 가려면 함께하라

[기자수첩]핀테크, 멀리 가려면 함께하라

“괜찮은 핀테크 기업이 시중은행에서 투자받는 것에 신중한 이유가 있습니다. A라는 은행에서 독특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한 모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고 칩시다. A은행이 투자지분을 가지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를 다른 은행이 채택해 줄까요?”

한 핀테크 벤처 기업 사장이 이같이 말했다. 핀테크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자를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다른 어떤 벤처투자사나 엔젤 투자보다 시중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은행권에서는 경쟁 은행이 선택하고 투자한 서비스를 배척한다.

모든 금융서비스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양한 은행과의 제휴가 기반이 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송금 서비스 분야는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롭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고객군을 이끌 수 있는 핀테크 업체는 각 은행이 제휴하기 위해 오히려 줄을 선다.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을 향한 구애가 한창이다. 3차 은행 혁신성 평가에는 핀테크 지원 현황을 담는다. 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자금투자, 대출, 액셀러레이팅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우리는 핀테크 기업이 한 은행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좋은 기술을 가진 업체가 특정 은행의 투자, 혹은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배제하면 그 기술은 곧 사장되고 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좋은 핀테크 서비스 모델에 은행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은행 간 핀테크 전쟁이 한창이다. 과도한 경쟁과 선점 효과에 빠져 새로운 서비스 등장과 시장확산을 막는 보여주기식 제휴,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핀테크 혁명은 은행 혼자 가는 고독한 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각국 금융 인프라, 문화를 함께 바꿀 때 완성된다. 넓게 보자.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