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브이월드 있는데 행자부 유사시스템 구축 추진…국민 혈세 낭비 지적

국토교통부가 수백억원을 들인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 ‘브이월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가운데 행정자치부도 유사 플랫폼 구축을 추진,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브이월드가 제 역할을 못한 이유가 행정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것이어서 부처 이기주의 사례로까지 거론된다.

행자부는 위치정보 속성을 갖는 행정정보를 국민이 손쉽게 가져다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22일 밝혔다. 연내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 내년 예산을 확보해 플랫폼 구축을 진행한다.

행자부가 추진하는 위치기반 행정정보 개방 플랫폼은 국토부가 4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브이월드와 유사하다. 브이월드는 지난 2011년 개발이 시작돼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기업이 원하는 행정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활용 수준이 낮다. 브이월드 운영을 담당하는 공간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브이월드가 제공하는 행정정보는 필요한 전체 규모 중 10%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당초 브이월드는 행자부와 지자체 협조를 얻어 사업 인·허가 및 위생정보 등을 공간정보에 융합해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제공할 계획이었다. 가동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충분한 행정정보 융합은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자부가 별도로 위치기반 행정정보 개방 플랫폼 구축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도·시군구 행정정보시스템 데이터 개방 대상 48개 분야 530종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행자부는 플랫폼 구축에 앞서 진행하는 ISP 예산으로 5억원을 책정했다. 통상 ISP 예산이 본사업 5~7%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본사업은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400억원을 들인 브이월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 세금 100억원을 추가로 유사시스템 구축에 쏟아 붓는 격이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행자부는 ISP를 진행하면서 국토부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수 행자부 지역정보지원과장은 “국토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반드시 별도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와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프로젝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공간정보 전문가는 행자부가 위치기반 행정정보를 활용, 별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브이월드에 제공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공간정보 관련 대학 교수는 “브이월드 고도화 작업을 진행, 성능이 높아졌다”며 “행정정보를 더하면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손쉽게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