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기차인프라 민간 참여 `문 열렸다`

우리나라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된 지 3년 만에 유료 충전시대가 열렸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집 밖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전기요금이 포함된 서비스 이용요금을 내야 한다.

[이슈분석]전기차인프라 민간 참여 `문 열렸다`

23일 국내 첫 전기차 충전 유료사업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출범했다. 최초 민간사업자 포스코ICT와 전국에 가장 많은 충전기를 운영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환경부 산하단체)도 하반기 내 유료사업 전환을 추진한다. 다수 유료충전 사업자가 나옴에 따라 전기차 이용자 충전인프라 부족 걱정은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료사업인 만큼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이끌어 내면서 수익을 창출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사업자별 시장 전략과 사업성을 분석해 진단한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수익성’보다 ‘공익성’ 초점

한국전력공사(28%)가 1대 주주로 참여하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현대·기아차(24%), KT(24%), 비긴스(17%), 제주스마트그리드협동조합(7%)이 참여한다. 총 200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제주를 위주로 전국에 급속충전기 150기를 포함해 총 3660기 충전기를 구축한다. 최근 출범을 앞두고 실시한 사업성 분석 결과, 손익분기점(BEP) 도달에 8.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요금은 완속충전기(출력량 7.7㎾)를 이용할 때 ㎾h당 200원 선, 급속충전기(50㎾)는 ㎾h당 500원을 적용한 계산이다. 요금 정책은 다음 달 최종 발표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최소 운영비용만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첫 유료사업자를 선언했지만 산업통상부 입김에 따라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사업공동체인 만큼 수익보다는 공익성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출범은 초기시장 리스크를 떠안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회사·전기차 제조사·통신사·충전기 관련 기업 등이 협업하기 때문에 고객이나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 전력판매 공기업인 한전의 주도적 사업 참여로 안정적인 시장 정착도 기대된다.

사업 초기 구축비를 제외한 운영비(OPEX) 중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를 차지하는 데다 충전기 계약전력(7.7·50㎾h)에 따른 기본요금이나 충전설비에 필요한 인허가가 한전 고유권한인 만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다수 참여사가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할 기회와 장을 마련한 셈이다.

한전은 3660기 충전인프라 구축 이후 더 이상 사업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상태에서 협업에 참여한 만큼 더욱 의미가 크다. 한전은 전국 지점이나 공공주차장을 활용해 전용 주차면 확보 부담을 덜어주고 주민동의서를 얻는 과정에도 협력한다. 전국 지자체별로 전기공사업체와 맺고 있는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예정이어서 충전기 구축 시간과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민간 기업 수익모델 발굴 지원이 가장 큰 목적으로 전기요금 추가 마진이나 다른 수익창출과는 무관하다”며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탓에 사업 리스크를 이유로 민간 참여가 활발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국내 안정적인 충전인프라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우선 올해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충전서비스와 함께 콜센터, 통합운영시스템도 설치해 오는 2017년 제주도 내 주유소와 비슷한 수준 충전소를 갖춘 후 2018년부터 이를 토대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되는 충전소 등 사업모델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포스코ICT ‘생활밀착형 수익창출’ 초점

포스코ICT는 순수 민간 사업자다. 어떤 사업자보다 수익창출에 목마른 만큼 전기차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자체 브랜드 ‘ChargEV’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9월 BMW와 대형 할인점을 거점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환경부가 충전인프라 이용요금 유료전환 추진계획에 따라 수익모델까지 준비했지만 정부 가격정책이 잠정 연기됨에 따라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BMW코리아 전기차 고객 위주 무료 서비스 사업을 지속하다가 최근에는 현대차와도 충전인프라 이용에 협력했다. 이들 전기차 제조사 고객이 포스코ICT 충전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하면 요금을 제조사로부터 받는 형태다. 꾸준하게 확보한 생활밀착형 충전거점을 활용해 정부 무료 정책에도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90여 대형할인점을 포함해 전국 호텔 아코르앰배서더호텔과 충전인프라 서비스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수도권 아코르앰배서더 체인과 전국 15개 호텔에 충전소를 구축한다. BMW코리아와 구축한 전국 120개 충전인프라를 포함해 여주프리미엄 아울렛 3개, 제주도 45개 등 180여개 충전소를 확보했다. 올해 말까지 현대차 등과 협력해 100여기 충전기를 전국에 추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총 300기 충전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공공시설 위주 정부 충전인프라와 달리 수익모델을 고려해 전기차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BMW·현대차 전기차뿐 아니라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우리나라에 출시된 모든 전기차 차종을 충전할 수 있다. 모든 충전기를 실내에 두면서 충전케이블을 일체형으로 구축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서비스 품질 확대를 위해 제주전기차서비스와 협력을 맺고 24시간 콜센터도 운영한다.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충전소 위치 안내, 사용 여부, 고장 유무 등 정보를 실시간 안내받을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에 위치정보도 제공한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BMW와 현대차 고객을 확보하며 전국 대상 생활밀착형 충전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환경부나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유료 충전 요금 발표에 맞춰 서비스 유료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는 포스코ICT와 같은 민간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부처나 공기업 개입으로 초기 시장 사업적 부담을 줄이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에 상대적으로 민간사업자 시장 진출 장벽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충전인프라 사업은 정부나 공기업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도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 확충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지금 단일화된 전기차 전용 전기요금제를 보다 다양화해 민간사업자 초기 운영비 부담을 덜어주거나 충전 사업자용 전기요금을 일부 보조해주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환경협회 ‘공익성’과 ‘민간사업자 지원’ 두 마리 토끼

전기차 보급 주무부처 환경부는 2013년 전기차 민간보급사업과 동시에 서울·제주 등 전국 전기차 선도도시 위주로 급속충전기를 구축해 왔다. 2012년부터 시작한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지금까지 337기 급속충전기(50㎾h급)를 공공장소에 보급했다. 한국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중 95%가 훨씬 넘는 규모다. 2017년까지 300기를 추가해 637기 급속충전기 전국 설치 목표다.

정부 충전인프라가 늘어남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와 서비스 유료 전환까지 고려해 최근 한국자동차환경협회를 사업자로 지정했다. 유료전환을 결정한 포스코ICT와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이어 세 번째 사업자다. 다만, 민간 영역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간과 직접적 경쟁은 최대한 피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유료 이용요금은 원가 수준에서 책정하지만 업계가 우려했던 공공-민간 경쟁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투자가 어렵고 수익성이 낮은 도시외곽이나 고속도로 등 사각지대 위주로 충전기를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서울·제주·창원 지역 전기차 급속 충전인프라 보급 사업을 중단한다. 민간 사업자 수익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결국 포스코ICT·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충전인프라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정부 소유 충전인프라를 민간 충전인프라와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하나의 카드로 복잡한 사용자 인증 절차 없이 전국 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과금 처리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비스 요금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민간보다 우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민간 투자가 쉽지 않은 고속도로·도시 외곽도로 등 반드시 필요한 곳에 충전기를 구축할 것”이라며 “향후 합리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민간 기업이 정부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을 제안한다면 얼마든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