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엘리엇 사건을 막기 위해 ‘포이즌필·차등의결권주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며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는 최근 사례를 막기 위해 경영권 방어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 유치와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 개방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과 상법상 회사 소유지배구조 정책은 우리나라를 외국 투기펀드의 공격대상으로 만든 주요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자본시장을 개방한 1998년부터 2014년까지 83개 기업을 선정해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 배당액, 자기자본이익률(ROE), 설비투자증가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높을수록 이익률과 무관하게 투자수익을 위한 고배당 요구가 증가했고 중장기적으로 설비투자를 감소시키며 기업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사대상 83개 기업 중 순이익 ‘0’에도 배당을 한 기업이 2011년 3개, 2012년 5개, 2013년 8개, 2014년 5개였다.
외국계 투기 펀드가 단기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사례도 발생했다.
2004년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지분 5% 취득 후 경영진을 압박하다 돌연 지분을 전량 매각해 380억원 차익을 실현했다. 2005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과 SK간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SK는 경영권방어를 위해 1조원가량 지출했고 소버린은 1조원 시세차익 획득 후 철수했다. 2006년 칼 아이칸은 KT&G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1500억원 시세 차익을 얻기도 했다.
전경련은 이 같은 부작용 예방을 위해 우리나라만의 획일적 소유지배구조 규제 재검토와 경영권방어 수단 도입을 주장했다.
차등의결권 주식, 황금주, 기업집단 구조를 활용한 피라미드 소유구조·상호출자·순환출자 등 ‘지배권 강화수단(CEM)과 공격회사가 보유한 대상회사 주식을 희석시켜 지배권을 약화시키는 수단인 ‘포이즌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지배권 강화수단이나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은 ‘1주1의결권 원칙’ ‘소유-지배 비례원칙’ ‘주주평등 원칙’ 등에서 벗어나야만 도입이 가능하고 설명했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지금처럼 경영권방어 수단에서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이 역차별당한다면 국내기업 방어비용 증가와 투자위축으로 경제 전반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국내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와 모든 주주의 가치증진을 위해 경영해 나갈 수 있도록 경영권 방어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