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네온가스 `전쟁`…반 년만에 가격 20배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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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네온가스’ 수급 전쟁을 치르고 있다. 네온가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수로 활용되는 특수가스다. 국내 업체가 올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서 수요가 갑절 이상 늘었지만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관련 생산 공장이 멈췄다. 반 년 만에 가격이 20배 폭등했다.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초비상이다.

작년 말 기준 1200달러 수준이었던 엑시머 레이저(Eximer Laser) 가스 한 통이 7월 말 2만5000달러로 20배 이상 급등했다.

엑시머 레이저는 네온, 불소, 아르곤 등 특수가스를 혼합한 것으로, 이 가운데 네온 가스가 95% 이상 차지한다. 반도체는 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에, 디스플레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TFT용 레이저 결정화(ELA) 장비에 각각 사용된다.

네온 가스 가격이 폭등한 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3차원(3D) 낸드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미세패터닝 작업이 4배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내전에 홍수까지 겹치면서 네온 가스 수급이 더 어려워졌다. 6월 초 내전으로 공장이 멈추자 가격이 10배로 올랐고, 이어 한 달 만에 2배가 올랐다. 기존 가격 대비 20배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물량을 확보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SK하이닉스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수급난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두 달 전부터 구하러 다녔고,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에야 재고 소진으로 추가 구매에 나서 가격이 급등한 것을 파악했다”며 “기존 거래처는 2만5000달러에 구매가 가능하지만 새롭게 물량을 추가하거나 신규로 주문하면 5만달러 이상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네온 사태로 구매 역량 측면에서 반도체가 디스플레이를 앞선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고 말했다.

가격도 문제지만 물량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일부 업체는 가격 불문하고 공급량만 확보해 달라고 수입업체 측에 요청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향후 5만500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며 “일부 디스플레이 업체는 이 기회에 엑시머 레이저에서 그린 레이저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말 1200달러

2015년 7월 2만5000달러

2015년 말 5만5000달러(추정)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