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0년 이후 5년 만에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을 전면 개정한다. 건설 분야에 치우친 산업 영역을 다원화하고 제조엔지니어링을 활성화하는 차원이다. 법령이 광범위하고 타 법과 연계된 부분이 많아 개정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엔지니어링산업을 고부가가치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이하 엔지니어링산업법) 전부 개정을 검토한다고 23일 밝혔다. 산업부는 하반기 전부 개정 기획연구를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 개정 여부를 확정짓는다.
엔지니어링산업법은 해당 산업 진흥에 필요한 규정과 기반 조성에 관한 법이다. 지난 1973년 제정된 ‘기술용역육성법’을 모태로 1993년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으로 전부 개정됐다. 이후 주무 부처가 옛 과학기술부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는 과정에서 지금의 엔지니어링산업법으로 또 한 차례 바뀌었다.
정부는 전부 개정 간격으로는 비교적 짧은 5년 만에 엔지니어링산업법을 전면 재검토한다. 불필요한 규제와 산업 환경에 맞지 않는 법령으로 업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엔지니어링은 건축·제조·생산 과정에서 사전 기획과 설계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정부는 엔지니어링을 고급 두뇌산업 중 하나로 꼽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요성과 기대가 높아졌지만 업계 사정은 좋지 않다. 국내 엔지니어링 수주액은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엔지니어링업체 5곳 중 1곳은 연간 수주액이 1억원을 밑돌 정도로 영세사업자가 많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토목·건설에 치우치다 보니 최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감소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15개 엔지니어링 기술부문 중 건설 사업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60%에 육박한다.
복잡한 규제도 걸림돌이다. 엔지니어링산업법과 연계된 법은 7개 부처, 22개 법령에 달한다. 기업은 엔지니어링산업 총괄 법 따로, 사업 분야별 법 따로 대응해야 한다.
산업부는 엔지니어링산업법 개정을 규제 개선과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검토한다. 불필요한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차단한다. 시장 변화에 맞춰 신규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한다.
제조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제조업 혁신 3.0’ 정책에 따라 제조엔지니어링으로 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 도로·항만뿐 아니라 자동차·휴대폰 같은 제조품에도 엔지니어링을 적용해 원가절감·품질향상 등을 꾀한다. 현재 이들 분야는 제조 대기업 내부(in-house)에서 처리된다. 제조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면 대기업 수요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법 개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가 아닌 전부 개정인데다 산업 영역이 넓어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탓이다. 7개 부처 간 법령 조율은 물론이고 15개 기술 부문, 48개 전문 분야 간 균형도 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산업법과 개별법이 얽혀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개정 계획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이를 감안해 신중히 접근한다. 이영호 산업부 엔지니어링팀장은 “법 개정을 검토하는 단계로 개정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며 “앞으로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