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온가스` 사태로 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기자수첩]`네온가스` 사태로 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네온가스’ 가격이 20배로 뛰었다. 작년 말 1200달러에 불과했던 가격이 지난달 10배가 올랐고, 이어 한 달 만에 2만5000달러까지 또 급등했다.

본지는 이 같은 가격 변화를 예상, 한 달 전 업계에 경고했다. 가격 폭등으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스 소재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기사가 나간 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네온가스 가격 상승이 생산 원가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온가스가 디스플레이 전체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낮았기 때문이다.

한 달 뒤 네온가스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이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구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1년 전부터 감지해 준비해 왔다. 그동안 네온 가스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정치 불안이 가중돼 왔고, 우크라이나 오뎃사주에서 대규모 홍수까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감지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협력사를 통해 가스 확보에 매진해 현재 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보다는 늦었지만 초기 가격 변동에 놀라 몇 달째 공급처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그동안 남아 있던 재고를 소진하고 나서야 사태가 파악됐다. 이미 20배가 오른 뒤다. 구할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놓이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TFT용 레이저 결정화(ELA) 장비에 네온 가스가 적용된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상대적으로 사태 파악이 늦었던 것은 그동안 LTPS TFT 가동률이 저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요가 늘지 않으니 추가 소재 확보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가동률을 다시 올리기 시작하면서 소재 확보에 구멍이 난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뚜렷한 대책이 없자 네온가스가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엑시머 레이저 대신 그린 레이저로 바꾸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네온가스 수급난이 제조 공정에도 변화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