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방식이 바뀌면서 올해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알뜰주유소 사업에서는 중부와 남부 권역 공급사끼리 협의를 거쳐 단일 가격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올해부터는 이 절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역별 가격차 인정과 낮은 공급가 지역 소비자 이익 보장 취지지만, 오히려 주유소 이익이 늘고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입찰부터 알뜰주유소 중부와 남부 권역 사업자 간 단일가격 제품 공급 협의 절차가 사라진다. 이에 따라 현재 1부 시장 중부권 사업자인 현대오일뱅크와 남부권 사업자인 GS칼텍스가 제시한 서로 다른 입찰 가격이 알뜰주유소에 반영된다.
지난해까지 석유공사는 중부, 남부 지역 공급가를 일원화했다. 정유사 정유공장 소재 지역을 분할 입찰해 물류비 절감에 따른 입찰 단가 인하를 유도하고 이후 가격을 일원화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순위로 선정된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입찰 제안가보다 2.5원 높은 가격에, 2순위 공급사로 선정된 SK에너지는 0.97원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했다.
가격일원화 정책이 바뀐 것에는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부좌현 의원은 “입찰 후 2개 권역 가격을 동일하게 재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입찰을 무의미하게 한 것으로 석유공사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지역별 가격협의가 사라지면서 알뜰주유소 전체 판매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부는 100원, 남부는 200원에 공급가격을 책정해도 중부지역 주유소가 남부지역과 같은 200원을 기준가격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두 지역 공급가격을 평균 수준으로 조절하면 알뜰주유소 시장 전체 판매 기준가격이 150원 정도에 맞춰지지만 차등 공급하면 가장 높은 200원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사업은 이익 목적이 아닌 입찰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가 주목적”이라며 “권역별로 가격차가 발생하면 사실상 높은 가격이 기준이 돼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부와 남부 알뜰주유소 공급 물량 규모가 비슷해 석유공사가 평균 수준으로 가격을 일원화해 공급할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올해 최저입찰제로 방식을 변경하면서 권역별로 공급가격이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제도가 매년 방식이 바뀌는 등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개선책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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