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마다 개인적으로 기다려지는 이벤트가 록 콘서트다. 사실 콘서트장 분위기는 내 나이대와는 거리감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가 찾아다니는 콘서트는 요즘 잘 나가는 밴드들의 공연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고등학생 아들과 같이 두시간 내내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러댔던 공연은 70~80년대 록스타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었다. “내 생전에 ‘아찌 형’의 무대를 한국에서 볼 줄이야!”뭐 이런 식의 닭살스런 멘트도 함께 날려가며 말이다.
올해도 굵직굵직한 무대의 라인업이 공개되고, 캘린더를 뒤적이는 시기가 됐다. 이미 지난달 내한 공연을 펼친 록그룹 뮤즈를 시작으로 2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본 조비, 한국 사랑에 열을 올리는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와 마룬파이브, 게다가 케미컬 브라이더스나 프로디지와 같은 일렉트로닉스 최고수들까지 올해 라인업은 정말 화려하다.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뮤지션은 역시-나이 때문에 스콜피온즈와 주다스 프리스트, 폴 매카트니와 같은 왕년의 스타들이다.
올드 밴드의 내한공연 첫 경험은 십수년전의 딥 퍼플이었다. 정말 대단했다. 관객들의 포스부터 남달랐다. 가죽 재킷을 걸친 중년들의 모습은 ‘어린애들은 딥퍼플을 얼마나 안 다고 여기 왔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자 관중석이 무너지지 않을까 더럭 겁이 날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던 중년 관중들의 모습은 정말 ‘평생을 기다려온 골수들만 모였구나’하는 생각이 듬과 함께 딥퍼플의 연주 보다 더 큰 충격을 줬다.
아직도 손꼽아 기다리는 밴드는 바로 U2와 YES다. 80년대 중반 AFKN FM을 통해 접한 뒤 미군 부대 앞 레코드 가게 등을 전전하며 음반을 모았던 U2가 한국에 올 것이라고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고 일정이 빡빡한 밴드니까. 반면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프로그레시브 밴드 YES는 이미 해체된지 꽤 된 데다 멤버들의 나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를 굳이 유행어와 빗대자면 ‘추억팔이’쯤 될까. 최근 몇 년새 공연 예술은 물론이고 각 분야에서 과거를 회상케하는 콘텐츠들이 유행했다. 영화 ‘쎄시봉’ ‘국제시장’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199X’ 시리즈 등이 좋은 예다.
이런 분위기가 성행하는 것은 단순히 콘텐츠의 측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바로 소비자, 즉 중장년층의 파워와 비중이 커진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게임도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반영하는 분야다.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게임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지금도 10대와 20대 게이머가 가장 많은 편이다. 그러나 사업적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제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내는 사용자, 즉 결제자는 남자 30~40대가 압도적이다. 실제로 현재 크게 히트하고 있는 ‘뮤’나 ‘레이븐’ 등 MMORPG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필자가 게임을 사업적으로 접한 게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 때 ‘스타크래프트’에 열을 올리고 카트라이더에 몰입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30대, 혹은 40대가 됐다. 게임이라는 분야도 이제 20여년에 가까운 히스토리가 쌓이며 유저의 스펙트럼이 전 연령대로 펼쳐지게 됐고 무게감은 나이있는 쪽에 더 쏠리게 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추억의 록 밴드의 방한처럼 ‘게임의 추억팔이’도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10여년전 부터 인기리에 서비스됐던 온라인 게임들이 줄줄이 모바일로 탈바꿈해 출시를 준비 중인데, 기대할 만 하다.
필자소개/ 전동희
게임펍(game pub) 전무(cancell@naver.com). 신문기자로 시작해 주간지, 웹진, 방송, 인터넷, 게임사업까지 거친 ‘TFT 전문 저니맨(journey man)’. CJ 미디어 게임채널, 그래텍(곰TV) 등에서 근무했다. SF소설과 록음악, 스포츠 마니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