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싼타페 후속 모델부터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을 전면 적용한다. 개별 부품이 아닌 차종 단위로 표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조향과 구동계 전자제어장치(ECU) 등 차량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 개발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에 ISO 26262 안착을 위한 제조사 차원 부품업계 지원은 과제로 떠올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싼타페 후속 모델(TM 차종) 개발 과정에서 ISO 26262를 전면 적용하기로 하고 이를 주요 1차 협력사(티어1)에 통보했다.
이 차종은 현재 개발 초기 단계로 개발 완료까지는 2~3년이 필요하다. ISO 26262는 품질 기준뿐만 아니라 개발 과정 오류를 검증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발 초기부터 적용해야 표준 준수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 등 일부 부품에서 이 표준을 적용한 적이 있지만 차종 단위 ISO 26262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체, 섀시, 파워트레인 전반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개발 과정에 모두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 협력사 기능안전 표준 준수 역량이 필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TM 차종에 ISO 26262 적용을 시작하기 때문에 주요 부품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기능안전 준비가 체력을 기르는 단계였다면 이제 본게임으로 옮겨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능안전 역량평가도 양산 심사로 옮겨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ISO 26262 중요성은 자동차에서 전자부품과 소프트웨어(SW) 비중이 커지면서 높아졌다. 전자부품 오류를 방지하고 복잡한 SW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의해 ‘기능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는 최근 2~3년 새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품 업계 지원에 나섰다. 협력사 대상 상·하반기 ‘기능안전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도달 목표 점수를 제시해 ISO 26262 대응을 적극 유도했다.
현대차가 실전 돌입을 선언함에 따라 부품 업계 부담도 커지게 됐다. 고객사 요구 수준에 맞추려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야 하고 투입 원가도 5~10%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ISO 26262 준수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다”며 “부품업계 노력이 지속되기 위해 완성차 제조사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