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금·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이달 들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지난 7월 전반적인 수요 부진 영향으로 급락세를 면치 못했던 것에 비하면 회복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7월 원자재 가격의 국제 기준 역할을 하는 CRB지수가 10%나 하락하면서 주요 상품 가격이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제유가가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고 금·은 등 귀금속과 구리 등 비철금속도 하락폭이 컸다.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6월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7월에 상승폭을 그대로 반납하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7월 원자재 시장이 부진한 데는 세 가지 악재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고용·부동산 지표 개선으로 금리 인상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강한 달러에 대한 부담에 수급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중고로 시장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낙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고전하고 경기 지표도 악화되면서 원유 및 산업금속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영향도 크다. 여기에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고 미국의 석유 공급 과잉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8월 국제유가 하락 압력은 여전하겠지만 이미 많이 하향조정됐다는 인식이 강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높은 미국 석유 재고, OPEC의 많은 원유 생산량 등으로 하락 압력은 여전할 것”이라면서도 “셰일기업의 손익분기점 이하로 유가가 내려왔고 중국 원유 수요가 생각보다 강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서 제기되는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 감소에 따른 원유 수요 우려에 대해 천 연구원은 “3월부터 산업생산 등 주요 경기지표가 부진했지만 올해 중국 원유 수입은 6월까지 전년 대비 7.5% 많았다”며 “현재 정유제품 재고가 작년보다 낮고 저유가로 인한 재고 비축용 수요도 있어 중국발 위기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달러에 직격탄을 맞은 금 가격은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대 금 수요국인 인도와 중국의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금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기 전에는 본격적인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폐의 성격을 가지는 금은 다른 상품에 비해 변동성이 낮아 온스당 1000달러선은 유지할 전망이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