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경험한 국내 사용자들은 지난 1년여 간의 떠들썩한 핀테크 논의를 지켜보며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젠 우리도 해외 사용자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드디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구나!”, “IT강국인 우리나라라면 그 정도는 문제없을 거야!”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 같다.
쉽고 심플한 해외 서비스를 이미 경험해 본 국내 사용자들의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고대하고 있다.
학계와 업계도 대한민국 핀테크 출발은 늦었지만 전통적인 IT강국인만큼 핀테크에 대한 지향점만 찾으면 빠른 진행 속도로 짧은 기간 안에 격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잘 될거라는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좋지만 냉정하게 우리의 핀테크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핀테크를 주도해야 할 은행과 카드사는 이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안일함에 사로잡혀 한국 금융사간 협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에만 매몰돼 당장 돈이 되는 곳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형국이다. 핀테크 스타트업들 역시 해외에서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모델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테크를 주도해야 할 금융기관이 스타트업과 공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협력 관계를 찾지 못해 서비스가 출시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은행과 카드사 등 국내 금융사는 핀테크 스타트업들과의 협력과 경쟁보다는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당장의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이미 많은 은행, 카드사, 대형 밴(VAN)사와 PG사 등 주류를 이루는 사업자는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대리인을 자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중국 기업을 필두로 국내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에 줄 대기에 나섰다고 느끼는건 필자만의 억측일까 싶다.
글로벌 기업들이 내미는 달콤한 손에만 의존한다면 우리가 설 땅을 스스로 허무는 독배가 될지도 모른다.
과거 정보화 단계에서 우리보다 뒤쳐졌다고 생각해 왔던 중국이, 특히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 그룹이 통합 핀테크 생태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서비스로 부상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된다.
은행과 카드사는 IT강국이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기존의 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 핀테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첨단기술로 재무장해 국내 시장을 견고히 지켜내고 국내에서 축적한 혁신을 기반으로 글로벌 핀테크 시대를 주도하려면 기존 금융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거래와 금융 소비자의 사용 행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의 금융 기관도 핀테크 기업과 협력하고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금융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파괴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데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존중해 주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자기 수익모델에 부가 서비스를 덧붙이는 방식은 기존 금융과 다를 바 없다.
스스로 자기 수익 모델을 파괴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핀테크 기업들에게 ‘오픈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최근의 움직임은 환영할만하다.
이제는 해외의 핀테크 서비스가 더 이상 혁신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새로운 핀테크 모델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핀테크의 미래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고 우리가 하는 대로 미래의 모습은 결정될 것이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 snhong@paxmo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