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대를 넘어섰다. 늘어난 자동차 보급과 함께 자동차를 튜닝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튜닝카’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튜닝 산업 활성화 근거를 마련했다. 튜닝과 관련된 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자동차 튜닝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바탕으로 면제 대상을 확대했다. 구조변경 절차도 간소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푸드트럭이다. 안전성 검토를 거쳐 허용했기 때문에 튜닝산업 활성화와 인식 개선 모두 이룰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정부 정책과 규제에 민감한 산업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튜닝산업 활성화 정책은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올 수 있다. 정부 움직임에 맞춰 대중적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다. 튜닝은 불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튜닝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4 튜닝카 경진대회’는 이런 인식 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튜닝카 전시, 세미나가 열렸다. 관람객은 우수 튜닝카에 직접 투표하는 참여형 행사도 즐겼다. 튜닝 법규와 제도를 효과적으로 알린 효과가 컸다.
튜닝산업은 신성장 동력이다. 기존 자동차 산업 가치를 함께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튜닝부품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만들어진다. 튜닝부품이 중소기업 생산 형태에 적합한 이유다. 이는 튜닝산업 활성화가 추가적인 노동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고용 창출 효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튜닝산업과 일자리에는 아직 문제가 많다. 명확한 튜닝산업의 정의, 범위, 분류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 규모 파악 근거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5년 간 튜닝산업 사업체 수 현황을 보면 전문튜닝 업체 수는 2009년 562개에서 2013년 589개로 늘었다. 5년이 흘렀지만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반대로 튜닝용품과 액세서리 업체 수는 2009년 4676개에서 2013년 5467개로 꾸준히 늘었다.
튜닝산업 일자리 수를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문튜닝 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소폭이지만 꾸준한 증가세다. 특히 지난해 조사를 보면 1년 762명 종사자가 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반기 별로 380여명이 전문튜닝 산업에서 고용됐다. 업체 수 통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전문튜닝에서 인력 수요가 늘고 있는 셈이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봐도 튜닝산업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튜닝은 일반적인 자동차 정비와 다르다. 개인 취향에 따라 자동차 외관을 변형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안전을 보증하고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캠핑카처럼 완성차를 변행해 새로운 차를 제작하는 국내 업체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만큼 소비자 눈높이도 깐깐해지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는 2만~3만가지 부품으로 이뤄진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들 부품 수만큼 튜닝 벤처를 탄생시킬 수 있다. 벤처 탄생은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문제는 신생 산업이지만 인력을 양성할 전문 교육기관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인력 양성 없는 산업 활성화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독일 등 선진국 튜닝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우리에게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있다. 한국 튜닝업계에 전문인력 양성 체계가 갖춰졌는지가 첫 번째 질문이다.
튜닝 인력 양성이 전문대학과 특성화고 위주의 기능인력 양성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글로벌 자동차 튜닝 핵심인력 양성’을 목표로 4년제 대학에서도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자동차를 정비할 수 있는 능력과 설계 능력까지 갖춰야 제대로 된 튜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적절한 대응이다.
정부 관계부처도 전문인력 양성을 주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관계부처가 이 사업을 주도하면 관련 업계와 연계도 기대된다. 주문식 인력 공급, 관련 법규 수정 등 발빠른 대응이 급하다. 튜닝산업 활성화를 자동차산업 제2 도약기로 만드려는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장형성 한국자동차튜닝협회장 baugamj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