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해당 아이템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각인돼 ‘일반명사’처럼 쓰인다. 성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쉽게 머리에 남아, 후속 마케팅이나 차기 모델 성패를 가른다.
네이버 검색어 분석한 결과 TV·생활가전 등 주요 전자제품에서 특정 기업 브랜드명(고유상표)이 해당 제품 일반적 명칭보다 더 많이 검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커브드’, LG전자 ‘통돌이’가 대표적이다.
커브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TV와 모니터를 출시하며 일반적 명칭인 ‘곡면’을 월등히 앞서 업계에서 곡면제품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지난 1년치 분석 결과, 네이버 PC·모바일 검색에서 검색어 ‘커브드 TV’는 검색어 ‘곡면 TV’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검색어를 ‘커브드’ ‘곡면’으로 넣었을 때도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커브드’가 줄곧 앞섰다.
LG전자는 2013년 첫 곡면 올레드(OLED) TV 출시 후 휘어진 디스플레이 제품군에 공식적으로 ‘곡면’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커브드’가 쉽게 인식되면서 ‘LG 커브드’ 검색량이 ‘LG 곡면’을 50%가량 앞섰다.
TV 제조사 관계자는 “프리미엄에서 보급형까지 커브드 제품군을 확대하는 삼성전자 전략이 ‘커브드’가 곡면 제품 대표 브랜드로 굳혀지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커브드 TV 영문명 ‘curved tv’ 3종을 상표 출원해 올해 1분기 이 가운데 2건을 고유 상표로 등록했다.
LG전자 ‘통돌이세탁기’는 전자동세탁기를 대표하는 일반명사가 된 지 오래다. 네이버가 통계를 집계한 2007년 1월부터 줄곧 전자동을 10배가량 앞섰다. 통돌이는 LG 세탁기 브랜드로 시작된 이름이지만 소비자에게 ‘통돌이=전자동’으로 인식됐다.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사장)은 최근 “상표등록을 안 해 아무나 쓰고 있지만 ‘통돌이’는 LG전자 전유물”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는 ‘작명’ 중요성을 인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 전 핵심 기술과 장점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해 마케팅 부서, 해외법인, 외부 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이 중 기술적 설명과 소비자 이득 표현, 직관성 등을 고려해 쉽게 기억하기 쉬운 2음절 이하의 발음하기 쉬운 명칭으로 후보를 추려 최종 결정한다.
올해 초 출시된 세탁기 ‘액티브워시’도 애벌빨래의 활동성을 뜻하는 ‘액티브’를 붙였다. 세계 시장에서는 기계세탁과 손세탁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아 ‘액티브듀얼워시’로 명명했고 짧은 이름을 선호하는 한국과 미국에서는 ‘듀얼’을 뺐다. 액티브워시는 올해 초 출시와 함께 네이버 검색어 통계에서 ‘통돌이’와 순서를 두고 혼전을 벌이며 소비자 관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제품의 혜택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융통성 있게 브랜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커브드TV’와 ‘곡면TV’ 검색량 비교 (기간: 2012년 7월~2015년 8월, 자료: 네이버)
※ ‘통돌이세탁기’와 ‘전자동세탁기’ 검색량 비교 (기간: 2007년 1월~2015년 8월, 자료: 네이버)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