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국적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롯데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호텔롯데 배당금 99%는 일본으로 흘러가고 있다. 후계 분쟁에서 비롯된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그룹 전체가 국적과 지배구조 논란에 흔들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가 계열사 소유실태 관련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 롯데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주주에게 배당한 약 3000억원 중 일본 롯데그룹 관계사가 받아간 것은 10%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 관계사가 배당받은 금액은 339억8426만원이다. 이 중 롯데그룹 지주사인 호텔롯데에서만 254억원을 받아갔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데 주주 99%가 일본기업이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19.07%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80.21%는 일본 롯데계열 L투자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주는 부산롯데호텔 0.55%, 자사주 0.17%뿐이다.
호텔롯데 대부분을 가진 L투자회사 정체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롯데 지분구조를 복잡하게 해 회사를 누군가 장악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면 L투자회사 정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주당 500원, 총 255억원을 배당했고 이 중 254억원을 일본 주주가 가져갔다. 호텔롯데는 국내외 롯데 계열사 42곳 지분을 보유하며 롯데그룹 지주사 기능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 8.83%, 롯데제과 3.21%, 롯데칠성음료 5.92%, 롯데케미칼 12.68%, 롯데물산 31.13%, 롯데건설 43.07%, 롯데상사 34.64% 지분을 갖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 해외계열사 실태 파악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5일 “롯데가 계열사 소유실태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점검 사항”이라며 “허위로 제출했다면 동일인(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고발하고,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롯데에 해외계열사 현황, 계열사 주주 현황,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 임원 현황 자료를 20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대기업집단인 롯데가 매년 관련 정보를 공정위에 보고했지만 이번 사태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제출 자료에 바탕을 두고 롯데가 해외계열사를 이용해 국내계열사를 소유한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되면 제재에 나선다. 다만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의 제재는 국내계열사만 해당돼 롯데 일본계열사가 법을 어겼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김정훈 정책위의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롯데사태를 계기로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한다. 당정 회의에서는 롯데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당정협의에 참석해 롯데그룹의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구조 등에 대한 공정위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공정위가 롯데에 이달 20일까지 그룹 지배구조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 조사 계획을 보고받고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 후 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도록 법을 재개정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 지배구조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전일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신동빈 회장지지’ 성명에 이어 금일 신동빈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416개에 달하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그룹 오너의 전근대적 경영,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롯데를 둘러싼 시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