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이브리드 제조혁신에 나서라

임채성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건국대 경영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
임채성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건국대 경영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

3D프린터의 적용이 확산되면서 제조혁신의 패러다임이 일고 있다. 중심에는 3D프린팅 기술과 생산자동화 기술이 결합돼 디지털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이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홀러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2013년 세계 3D프린터의 28%가 제품 제조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의 적용은 3D프린팅이 확대 적용된 연구개발 방식과 함께 이뤄지며 이는 기업의 디지털 혁신역량을 좌우한다.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은 일부 산업의 경쟁 구도를 흔들며 이러한 현상은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은 공장 전체 혹은 단위기계 차원에서 나타난다.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전통적 생산자동화 공정과, 자동화 기계의 신제품 가공 및 조립 세팅에 필요한 툴을 제작하는 3D프린팅 공정이 공존하며 이미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도입됐다.

향후 5년 내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의 확산으로 기존 우리 기업의 차별화 역량이 무력화되는 역량 소실혁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3D프린팅 기술 발전의 가속화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기술이 플라스틱, 금속 및 기타 소재에도 적용돼 앞으로 전 산업부문에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이 적용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만약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이 대량생산에 적용될 경우 한국 기업이 입을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에서 기업 우위는 제품 디지털 모델링, 소프트웨어, 정밀 제어, 소재 기술 역량과 디지털 혁신 프로세스 역량으로 판가름 나게 된다. 선도국 기업은 해당 부분 차별화 역량을 강화하면서 대응해나갈 것으로 전망되나 한국 기업의 하드웨어 조립 중심의 차별화 역량은 무력화된다.

문제는 우리 대기업의 경우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에 대한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3D프린팅 기술의 한계로 현재,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을 대량생산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어 투자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선도국은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의 고가 다품종 소량 생산(국방, 의료, 우주, 고가 자동차 산업 등) 적용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조공정에 대한 투자 유인이 높은 선도국 기업과 낮은 한국 기업 간 역량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및 독일 등 선도국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과 관련된 부문에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 조직과 산학연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작년까지 투자를 거의 하지 않다가 최근 제조업 3.0 등을 통해 제조혁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 조직과 산학연 네트워크는 글로벌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 구축을 지원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지 못 하다.

대량 생산방식에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우리나라 대기업 중심의 하드웨어 조립 위주의 제조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제조혁신을 이끌어가는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에 대한 진지한 대응을 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의 확산에 따라 5년 내에 한국 제조기업의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임채성 건국대 경영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 edisonfoo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