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꿈보다 짧은 호시절…하반기 시작부터 적자?

상반기 불어난 영업이익으로 신바람을 냈던 정유업계가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실적악화 우려로 표정이 바뀌었다. 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급격히 떨어지고 지난해 발목을 잡은 유가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극과 극을 오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시황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3분기 개시부터 ‘된서리’

정유업계는 지난 상반기 5년 만에 최고 실적을 거뒀다. 지금까지 실적을 공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상반기에만 각각 1조3091억원, 8511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숫자로만 봐도 악몽 같았던 작년 분위기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010년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8달러선을 오갔고 국제 유가 변동폭이 적었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하반기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7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8달러 수준에서 4달러로 떨어져 반토막났다. 상반기 정제마진 강세로 공급과잉이 발생했고 국제 유가도 배럴당 62달러에서 55달로로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정유업계 3분기 실적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교보증권은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분기 절반수준인 4370억원으로 추정했다. 재고평가손실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우려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6월 최고 13만원에서 9만5000원선까지 밀려났다. 에쓰오일 주가도 6월 7만2000원대에서 5만원대 후반까지 내렸다.

정유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7월만 놓고 보면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거의 손익분기를 오가거나 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될 것” vs “반등 어려울 것”

7월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경험한 정유업계는 앞으로 다섯달 시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즘 국제 유가나 정제마진 추세를 흔드는 최대 변수는 미국 석유 생산량이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이 국제 석유 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직 국제 재고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 업체를 중심으로 국제유가에 따라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생산을 늘리고 이로 인해 유가가 하락하면 가동을 곧바로 중단하는 식이다. 셰일오일은 중동 등 전통적 원유보다 채산에 필요한 준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이러한 ‘치고 빠지기식’ 대응이 가능하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석유 생산량은 7월말 하루 950만~960만배럴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미국 셰일 오일 업체 생산량 감소에 따라 3월부터 상향 안정화됐다가 미국내 생산량 증가로 6월부터 다시 하락하고 있다. 관건은 글로벌 수요와 재고량이다. 저유가로 인한 수요 회복이 이어진다면 7월 같은 급격한 시황 하락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정제마진 강세로 기존 정유사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경유를 중심으로 과잉공급에 시달리고 있다”며 “8월에도 정제마진이 회복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대 의견도 나온다. 이충재 KTB증권 연구원은 “미국 셰일 오일 생산량이 다시 줄고 수요 개선만 확인된다면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며 “정제마진 하락 역시 수요보다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 지연 영향으로 일시적 하락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