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접수가 6일 마감된 가운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 삼성물산 지분 4.95%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기존 매수 단가를 밑도는 가격에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과 분쟁 이후 출구전략을 본격화했다는 관측과 함께 향후 삼성과 법적 공방 등 대립을 지속하기 위한 전철이란 분석도 나왔다.
엘리엇 대변인은 이날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며 “엘리엇은 주주로서 권리와 투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임시 주총 결과와 관련된 사항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 합병 등 주총 결의 사안에 반대한 주주가 소유주식을 회사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 합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의 조항에 따라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12%다. 이 중 합병 발표 이전에 확보한 주식 4.95%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상이며 전량 매각했다. 정확한 취득가는 확인되지 않지만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삼성물산 평균 주가가 5만8974원인 것을 감안하면 엘리엇 지분 취득단가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4.95% 지분 전량을 청구권 행사가격인 5만7234원을 처분하면 약 14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6월 3일 이후 취득한 지분 2.17% 평균 가격은 주당 6만3560원이다. 8월6일 종가 5만5200원을 기준으로 한 평가 손실액은 284억원이다. 주식매수청구에서의 손실액과 합치면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확보로 입은 손실액은 420억원에 달한다.
엘리엇의 청구권 행사는 향후 소송 등 분쟁에 대비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합병 저지가 무산된 상황에서 주식을 처분해 출구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따른다. 합병 이후 엘리엇 통합법인 지분은 0.62%로 줄어든다.
이날 엘리엇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양사 합병은 마지막 단추까지 다 채워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6일 자정까지 합병 반대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1조5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며 “9월 1일 통합법인 출범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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