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로봇을 입고 차도 밖으로 올라섰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고객층이 사용할 수 있는 착용형 보행 보조 로봇이 주인공이다. 단순히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을 넘어 차량을 타러 걸어가고, 다시 내린 이후까지 인간 전 이동주기로 미래 서비스 영역 확장에 나선 것이다.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서 모든 이동수단을 대상으로 하는 ‘토털 모빌리티 디벨로퍼’로 향하는 행보다.
현대자동차는 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내쇼날인스트루먼트 위크(NI Week) 2015에서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이 개발한 외골격형 착용 로봇 H-LEX(Hyundai Lifecaring Exo Skeleton)를 대중 앞에 처음 선보였다. 행사기간 중 진행된 ‘엔지니어링 임팩트 어워드’ 첨단 제조·제어 부문에서도 수상하며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엔지니어와 개발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H-LEX는 기존 로봇 업계에서 군용이나 하반신 마비환자 재활·보행 등 특수 목적으로 주로 개발이 이뤄진 착용 로봇과 달리 고령자와 장애인을 비롯해 다양한 고객층이 사용할 수 있는 콘셉트로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와 같은 이동수단의 일종인 셈이다.
다리에 보다 큰 힘을 제공하는 증폭모드, 넘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부상 방지 모드, 스스로 걷기 힘든 사람을 걸을 수 있게 보조해 주는 보행 모드 등 다양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착용자가 모드를 변경하거나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고 걷는 자세나 부담이 가해지는 부위 등 개인 건강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행사에서는 현동진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이 로봇을 직접 입고 작동 모습을 시연했다. 약간 어색한 걸음걸이지만 불편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외골격과 관절 곳곳에 위치한 각종 센서와 액추에이터, 모터 등이 실시간으로 자세를 제어하며 부드러운 동작을 보였다. NI 계측제어 솔루션 컴팩트RIO와 시스템온모듈 등이 등 부분에 들어가 실시간 수준의 구동 반응과 섬세한 동작 제어를 구현했다.
인간 골격이 움직일 수 없는 방향으로는 관절이 꺾일 수 없도록 안정장치를 함께 설계해 안전성을 높였다. 필요에 따라 하반신 전체 지지가 아닌 고관절 지지형이나 무릎 지지형으로 모듈을 분리할 수 있다. 총무게는 11~12㎏, 외골격 위를 감싸고 있는 덮개는 현대차 CI컬러인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구체적 제품 양산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시장이 열리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신뢰성과 양산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로봇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용 이동수단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착용형 로봇 역시 사소한 문제 하나가 안전에 직결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로봇 관련 안전표준과 제도·법규 등 외부 환경 정비도 필요하다. 국립재활원과 재활공학연구소, 장애인 단체 등과 소통을 계속해 표준과 인증 문제 등을 해결할 계획이다.
현동진 책임연구원은 “로봇은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고 쉽게 할 수 없는 기술로 현대차도 당장 이것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연구개발을 하진 않는다”며 “회사 제품정체성(PI)인 ‘CARING’을 바탕으로 기술력으로 사회에 공헌하면서 동시에 미래 시장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오스틴(미국)=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