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로부터 물을 만들면서 전기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친환경에너지원이지만 촉매 없이는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다. 촉매로는 주로 백금이 쓰인다. 전극에 사용되는 백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구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가격도 비싸 현재로서는 상용화가 쉽지 않다.
국내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구조로 된 촉매를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촉매 전문가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실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실장은 오는 2019년까지 양산체제 확보 및 기술이전을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백금코어와 그래핀셸로 구성된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대비 단위시간당 효율을 150% 이상 개선했죠. 부식이나 탈락, 응집 현상도 크게 개선했습니다.”
김 실장은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은 떼어 놓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지난 2004년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들어오기 전에도 촉매 전문 연구자였다. 석·박사학위를 받은 포스텍과 서울대서 촉매반응공학을 전공했다.
“경유 심도탈황촉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학창시절 물리와 생물을 좋아했는데, 정작 스케일이 넓은 화공 분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화학 공학을 전공하면서도 화학 분야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는데, 오히려 촉매 연구를 하면서 원천지식뿐 아니라 화학공정까지 설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됐습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들어와서는 연료전지용 촉매와 수소제조용 개질 촉매, 흡착제 및 촉매 지지체를 위한 나노구조 개발 등에 매진해왔다.
김 실장은 요즘 과학기술자로서 머리가 복잡하다는 얘기도 꺼냈다.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로 나가려면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문제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턱밑까지 따라왔고 성과창출과 원천기술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3년 투자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시각이다. 출연연이 수행하는 과제 대부분은 3년 단위로 이뤄진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려면, 중장기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웬만한 건 중국이 금방 따라 만들 수 있기에 우린 창의성이 강조되는 중장기 원천 과제로 가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김 실장은 여성 과학자로서의 애환도 들려줬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과학기술계, 나아가 외국 여성 연구자들도 유사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여성 연구원 누구나 연구도 세계 최고 아이도 세계 최고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데,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네요.”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좋은 평가도 내놨다. 그동안은 애가 아파도 눈치 보며 조퇴조차 못했으나 이제는 당당히 다녀와서 모자란 시간만큼 업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계를 위해 한마디하라면, 멘토링 기회 확대를 요청하고 싶다”며 “일상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어려움을 상의하고 도움을 받을 멘토 선배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