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한달새 18% 하락…에너지업계 ‘초긴장’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하락세에 속도가 붙었다. 미국 생산량 증가와 중국 소비량 둔화로 당분간 국제 유가는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석화 등 유가 민감 업종은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 마진 감소로 하반기 부침을 거듭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원유 도입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7월 초부터 지난 주말까지 18% 넘게 하락했다. 지난 주말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49.71달러를 기록해 50달러선이 무너졌다.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이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2일 48.81달러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7월 1일 60.93달러에서 한달 새 18.4%나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도 배럴당 44.6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44달러대를 찍은 뒤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영국 런던ICE 선물거래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49.52달러를 나타냈다.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되면서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물량이 전주 대비 441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솔린, 휘발유 등 다른 석유 제품 재고량은 늘어나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석유공급이 수요를 하루 200만 배럴 상회한다며 유가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나라 정유·석유화학업계도 하반기 시작부터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뒤 상반기 흑자로 한숨을 돌렸지만 하반기 수익 위협 악몽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유가 하락은 원가 절감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단기간 하락은 재고손실을 의미한다. 지난해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업계는 조단위 재고손실을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이번 3분기 재고손실을 5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제품 가격 약세로 인한 정제 마진 하락은 더 큰 위협 요인이다. 정제 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차로 정유사 수익 잣대다. 상반기 배럴당 8달러선을 유지하다 지난달 4달러대로 떨어졌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유가 하락에 대한 충격은 적지만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유가·마진 모두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석화업계도 국제 유가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하반기 영업수지를 맞추는데 부심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