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학기술지주 7년...성과와 과제는?

[이슈분석] 대학기술지주 7년...성과와 과제는?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대학기술지주회사)가 대학 보유기술 사업화를 목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8년 사업 초기 3개에서 2015년 현재 전국에 35개 대학기술지주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국내 기술사업화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기술사업화 전문 조직으로 정착하기까지 갈 길은 멀다.

◇7년간 대학기술지주 35개서 자회사 231개 만들어

전국 대학기술지주회사가 6월 말 기준으로 35개, 자회사 수는 231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7월 대학기술지주 1호로 만들어진 한양대 기술지주를 기점으로 대학기술지주 설립 및 운영 역사는 만 7년을 넘어섰다. 매년 평균 기술지주 5개, 자회사는 32개가 설립된 셈이다.

전국 대학기술지주와 자회사를 세분화해 살펴보면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기술지주가 17개, 지역 소재 기술지주는 18개로 균형을 이뤘다.

지역 대학 연합 기술지주는 강원, 전북, 대경에 3개, 대학 단독은 32개다. 다음 달에는 16개 대학이 연합한 부산연합과학기술지주가 출범한다.

대학기술지주 1곳당 보유 자회사 수는 평균 6.6개다.

서울대 기술지주가 28개로 가장 많다. 강원대 5개 연합 기술지주가 27개로 뒤를 이었다. 강원 연합지주는 올 하반기 2개 자회사를 추가 설립할 예정이다.

이어 고려대 기술지주 17개, 한양대와 서강대 기술지주가 16개씩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지역에서는 전남대와 부산대가 11개로 가장 많다.

35개 대학기술지주는 평균 18억3000만원 초기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현재 보유 자본금 평균은 29억1700만원으로 대략 10억원 늘었다.

전국 대학기술지주는 자회사 설립을 중심으로 현금 및 보유 기술을 현물로 투자해 기술 사업화를 중점 추진했다. 몇몇 투자 수익 사례와 성공적으로 졸업(EXIT)한 자회사가 생겨나면서 산학협력 기술사업화 성공 모델로 인식돼 왔다.

미래부는 대학기술지주 성과를 토대로 지난 2012년부터 대학·출연연과 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과 자본을 출자해 만드는 ‘산학연 공동연구법인’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산학연 공동연구법인은 2012년 2개, 2013년 2개, 2014년에 1개가 설립됐고, 올해 2개가 설립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5월 ‘대학기술지주 성과공유 간담회’를 열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대학기술지주를 지원해 150개 자회사 설립과 754개 신규 일자리 창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연세대 기술지주 자회사 라파스는 대표적 자회사 성공 사례다.

라파스는 연세대가 개발한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에 성공해 지난해 94억원 매출을 올렸다. 연세대 기술지주는 라파스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해 투자금의 7배에 달하는 31억원 수익을 거뒀다.

전북연합 기술지주가 코오롱과 합작해 만든 자회사 나노포라는 지역 유망기업으로 꼽힌다.

나노포라는 전북대 보유 기술을 활용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나노섬유 소재를 개발, 시장테스트를 거쳐 현재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학기술지주 상당수 대규모 손실

상용화 기술 개발이 부진하고 이전 기술 사업화에도 실패하는 등 자회사 부실 운영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대학기술지주도 상당수에 이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학 산학협력 관계자는 자회사에 현금 또는 현물로 투자한 원금 이상을 회수한 대학기술지주는 10~20%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상당수 대학기술지주는 운영이 어려운 상태고 향후 경영 지표와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대학기술지주는 대학 실험실과 시장을 연계해 대학 보유 기술의 전략적 사업화 및 수익과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길게는 7년에서 짧게는 1~2년 운영 과정에서 상당수 대학기술지주는 인큐베이션 능력 부재를 드러내며 자회사 휴업과 폐업을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학기술지주는 자회사 설립 전에는 적정 기술 발굴과 사업성 검증, 시제품 제작,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이 필요하고 설립 후에는 연구진과 지속적 교류, 양산화 및 마케팅 지원 등 사후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

STEPI는 상당수 대학기술지주가 기본 재원 부족은 물론이고 기술지주 구성원 역량 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산학협력단, TLO, 창업보육센터 등 대학 내 기술사업화 조직과 기능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관련 조직 간 협력도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부산대, 자회사 정리 나서

동남권에서 첫 번째로 2010년 설립된 부산대 기술지주는 약 15억원 손실을 안고 자회사를 정리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억원 이상 투자한 자회사 대부분이 파산 직전 상태였다. 5억원을 투자한 한 자회사는 상용 기술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미 연구비와 인건비 등으로 투자금을 전액 소진했다. 이외에 5~6개 자회사가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 기술지주는 올해 말까지 일부 자회사를 추가 정리할 방침이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가진 기술지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부산대 기술지주는 내년 2~3개 자회사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술지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상당수 대학기술지주가 안고 있는 운영 현실이기도 하다.

대학기술지주 한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에 관여한 교수의 책임 회피, 지주회사 내 투자 및 경영 전문가 부족,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 등이 복합돼 나타난 결과”라며 “시장 수요 기술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보유 기술 옥석을 가려 투자와 사업화를 진행할 전문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자료 :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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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