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호라이즌스호는 2006년 1월 19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명왕성을 향해 발사됐다. 약 9년 반을 날아 지난 7월 14일 명왕성을 통과했다. 현실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빛으로 4시간 30분 거리인 약 50억㎞ 태양계 외곽에서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 소식이 전해졌다. 우주의 신비와 인류의 우주과학기술에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자아냈지만 사실 이 탐사선은 지구를 떠나기도 쉽지 않았던 미운오리새끼였다.
명왕성은 태양계 다른 천체에 비해 탐사 우선순위가 매우 낮았다. 명왕성이 있는 태양계 최외곽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그에 비해 얼음뿐인 천체에서 과학적으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1년 미항공우주국(NASA)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가 확정되기 전까지 몇 번이나 취소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는 탐사선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예산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사실 훨씬 이전에 한 탐사선이 명왕성을 방문할 뻔 했다. 1970년대 미국의 태양계 그랜드 투어 계획인 ‘보이저호’ 초기 계획에 명왕성도 여행 일정에 포함됐었다. 하지만 당시 NASA는 명왕성보다 더욱 흥미로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관한 근접 탐사를 원했고 비행경로가 다른 명왕성으로 보이저호를 보낼 수가 없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명왕성 탐사 계획이 불사조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내에 ‘명왕성 바라기’와 같은 천문학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9년 명왕성 근일점 통과를 계기로 대기층 존재에 관한 관측이 이뤄지자 한층 고무됐다.
명왕성 계획이 승인됐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탐사선을 제작할 시간조차 부족한 ‘런치 윈도(launch window 발사 가능 시간)’ 마감을 불과 5년 남겨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탐사선 제작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맡았고, 이들은 초고속으로 탐사선을 제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보다 기존 기술이나 부품을 재활용했다. 예비 부품을 활용한 대표적 예가 흔히 원자력 전지로 불리는 ‘방사성 동위 원소 전지’다. 방사능 물질은 오랜 시간 열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것이 원자력 전지다.
탐사선을 제작하는 동안 과학자들이 씨름한 가장 큰 문제는 전력과 무게였다. 원자력 전지에서 나오는 전력이 100W 짜리 가정용 전등 2개 정도 전력에 불과했기 때문에,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장비를 장착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카메라와 같은 관측 장비는 촬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플랫폼 위에 장착되는데,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정형으로 설치했다. 때문에 촬영을 위해 탐사선 전체를 움직여야 했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지구와 통신이 끊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탐사선 제작과 발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800억원에 불과한 예산으로 진행된 뉴호라이즌스호는 앞으로 9개월간 계속해서 명왕성을 근접 비행할 예정이다. 이후 NASA가 계속 운영을 승인할 경우 카이퍼 벨트 속에서 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비행경로 상에 위치한 2~3개 천체를 후보로 찾고 있다.
뉴호라이즌스호 장비들은 마치 우주복처럼 18겹의 다층 박막 단열재로 둘러싸여 있어 태양계 최외곽 극한에서도 전자장비들이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2019년께에도 살아남아 카이퍼 벨트 천체들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 천체들에 대한 탐사는 행성 형성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지구에서 출발은 미운오리새끼처럼 시작됐지만, 뉴호라이즌스호 활약으로 인류의 새로운 지평은 계속 넓혀질 것이다.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