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0분 뒤에도 카드 서비스가 오류 없이 작동될 수 있을까.’
현대카드의 트래픽모니터링센터(TMC)는 바로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결제 트래픽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지켜보는 전광판에 그치지 않는다. 30분 뒤, 1시간 뒤를 미리 예측해 서비스 장애를 예방해내는 총체적 카드 비즈니스 모니터링 구역이다.
지난 6일 현대카드는 본지 기자에게 언론사 최초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TMC를 공개했다. 현대카드 직원도 인가를 받은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1급 보안 구역이다.
출입 절차도 까다로웠다. 일체 노트북이나 카메라, 저장 장비 반입이 금지됐다. 업무용 전화가 빈번하게 오는 기자의 특성상 스마트폰은 촬영방지용 보안씰을 붙이는 것으로 양해를 구했다. 마중 나온 담당 직원의 출입카드를 대고 TMC에 발을 들였다.
TMC는 지름 14.6m의 원형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65인치 곡면 모니터가 원형 공간에 맞춰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모니터에는 카드승인 현황, 콜센터 연결 현황을 비롯한 서비스, 트래픽, DB접속, 네트워크와 서버 사용 현황 등 수많은 데이터가 쉴 새 없이 화면에 나타났다. TMC 내부엔 30여명 직원이 원형을 그리며 앉아 있었다. 개인당 6개의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각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세부 분석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서비스 운영은 ‘빨강(위험)-노랑(경고)-파랑(정상) 신호등 색깔로 표기됐다. 원형으로 설계돼 어디서 바라보아도 한눈에 서비스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수많은 그래프와 숫자로 구성된 데이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매우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모습과 그래프 움직임만 봐도 항상 긴장이 흐르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TMC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었다. 84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미디어 테이블이 바로 TMC의 핵심 비즈니스 통제 구역이다. 모든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대책을 세우는 곳이다.
TMC가 다른 모니터링 센터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단순한 트래픽 모니터링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래픽을 감지하면서도 비즈니스 모니터링까지 통제가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
트래픽, 서버, DB, 네트워크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도 카드거래 건수, 응답 시간, 연속 거절 건수, 대행 승인 건수 등 수많은 비즈니스 지표가 지정해 놓은 평균값을 넘어가면 이상을 간주하고 선제 조치를 취한다.
양환준 현대카드 IT혁신실 이사는 “고객이 30분 뒤에도 정상적인 카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최적화시켜 놓는 것이 TMC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월요일 아침 8시 결제 트래픽과 일요일 아침 8시 결제 트래픽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것처럼 날짜별, 시간대별 모든 변수를 적용해 이상 값을 미리 설정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모니터링은 트래픽, 서버, DB, 네트워크 등 영역별로 분리된 상황에서 모니터링하고 해당 사항에 문제가 생기면 조치를 실행하는 구조였다.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시스템이 고장을 일으킨 것인지 원인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했다. 현대카드 TMC는 이런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 경험 비즈니스와 내부 시스템을 긴밀히 연결했다. 미리 오류 값을 예측해 서비스 오류를 최소화시키는 데에 방점을 뒀다.
TMC 관계자는 “TMC를 연 5월 이후 실제로 미리 이상 값을 감지하고 선제조치를 펼쳐 서비스 오류를 방지한 사례가 여러번 있었다”며 “지금도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향후엔 서비스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빨라지는 금융 비즈니스 특성상 단순히 장애를 빠르게 인지하고 조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대카드는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서비스 장애가 일어날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는 신개념 트래픽 모니터링 센터를 세웠다.
양환준 이사는 “플레이텍, 방코 산탄데르, BNP파리바, 디스커버 등 유명 금융사를 비롯한 각종 게임사, IT기업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 모델을 찾았다”며 “3월간 컨설팅을 받고 8개월간 시스템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했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이 퇴근해도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공간, 그곳이 바로 현대카드 TMC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