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남해안 해양 플랜트 R&D 벨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해양플랜트 벨트는 부산연구개발특구 중심 서부산에서 경남 하동까지 남해안 100㎞ 구간이다.
최근 3년 동안 이곳에는 해양플랜트 관련 기관 및 대형 시설만 10개 이상이 들어섰다. 이곳을 무대로 조선 및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와 해양플랜트 관련 과제를 추진하는 대학 연구소, 기업지원 기관, 중소 시설까지 합하면 30여개나 된다.
인프라 구축 등 범정부 차원으로 해양플랜트 산업 싹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정부는 ‘해양플랜트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해양플랜트산업 종합육성 방안’을 내놨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경쟁력 강화, 전문 인력 양성과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 해양플랜트 산업 클러스터 기반 조성이 골자다.
2012년 경남 거제에 들어선 해양플랜트 기자재 시험인증센터는 R&D 인프라를 확산하는 시발점이 됐다. 이듬해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과 LNG극저온기계기술시험인증센터, 해양플랜트 기자재 R&D센터,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등이 속속 만들어졌다.
눈길을 확 잡은 인프라도 있다. 올해 초 부산 생곡산단에 착공한 해양플랜트 심해공학수조다. 해수부와 산업부 공동사업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건립하는 세계 최대·최고 수준 시험인증 인프라다.
이는 조류, 파랑, 바람 등 심해 환경에서 해양 플랜트(구조물 및 기자재) 설계 결과를 사전에 평가 검증하고, 기자재 품질 인증과 국제표준 개발, 나아가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이산화탄소 해저격리저장기술 개발 등 미래기술 개발에 활용된다. 우리나라 해양플랜트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대규모 R&D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기업 경쟁력을 높여 줄 사업도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연구개발특구가 서부산과 경남 일원을 글로벌 해양플랜트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한다. 현재 해양플랜트 기자재 R&D, 산업지원, 기자재 시험인증 등 인프라 구축과 기업지원 사업이 동시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부산 영도에 착공한다. 우리나라 대표 해양플랜트 전문연구기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지원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해양플랜트 인프라는 양적으로 크게 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 또한 만만치 않다.
R&D와 시험인증, 고급인력 양성 등을 목적으로 구축된 이러한 인프라는 중장기적으로 제 역할을 다하려면 다양한 세부사업 수행을 통해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시설 종사자와 기업, 학계는 인프라 구축 후에 더 중요한 운영 인력 확보, 자체 R&D 및 시험 인증, 추가 기업 지원 과제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분야 한 대학 교수는 “하드웨어는 꾸준히 늘고 있어 다행이지만 이러한 하드웨어를 가동할 세부 과제, 전문 인력 등 SW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인프라 활용을 극대화하고, 보다 빠르게 세계적 R&D 지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업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일원 해양플랜트 인프라 구축 현황/자료 : 부산시, 경남도 취합>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