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여름과 겨울 날씨를 설명하는 데 ‘유사 이래’ ‘관측을 시작한 이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강수량, 태풍 순간초속, 기후변화 불예측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의 방증이다. 더위가 더할수록 냉방 전력 수요가 늘고 온실가스 배출 증가, 열섬 현상 심화 등을 야기한다. 다시 냉방 수요 증가는 다시 증가한다. 양성 피드백의 한 예다.
태양광은 지구 온난화를 끊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 최근 설치 단가도 크게 하락했다. 2009년 태양광 설치단가는 ㎾당 924만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252만원으로 무려 73% 하락했다. 3㎾를 설치한다고 가정하고 중앙정부 및 지자체 지원(50%)을 받으면 소비자 부담은 378만원 정도다. 우리나라 평균일사량을 3.7시간으로 가정하면 한 달 전력생산량은 337㎾h다. 4인 가구 월평균소비전력을 350㎾h라고 보면 6만2900원의 전기료를 내야 한다. 3㎾급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13㎾h 요금 수준인 1290원만 지불하면 된다. 매달 6만1610원을 절약하고 매년 73만9320원을 절약할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초기출력의 80%로 감소하는 시기를 내구연한으로 보면 이후 20년간을 무료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설치 후 25년 시점에 80% 출력이 나오므로 30~35년을 계속해서 쓸 수 있다.
요즘 월 전기요금이 10만원을 넘는 가정도 많다. 같은 가전 제품을 두 대 이상 보유하면 그렇다. 월 450㎾h 전기를 사용하면 10만6520원을 내야 한다. 3㎾ 설비를 운영하면 113㎾h 전기료인 9780원만 지불한다. 월 9만6740원을 절약해 3.3년 후에 투자비를 뽑는다.
공동주택(아파트)에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250~500㎾급 제품을 아파트나 소형주택의 베란다에 설치하는 사업도 전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다. 부담금은 33만~77만원 수준이다. 절감 금액은 월 최고 1만원이다.
전력수요를 예측해 설비용량을 결정하는 기준은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의 최대 사용량이다. 우리나라는 하·동계 피크치를 예측해 향후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시기 피크를 낮춘다면 발전소 증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태양광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자급률은 4%도 안 된다. 가정이나 산업부문에서 보다 적극적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고효율가전제품이나 산업용기기에 투자하고 태양광발전 투자를 늘리면 불필요한 전력설비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업체에서는 생산단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가정은 전기요금 절약과 더불어 주택용 태양광발전 실증단지의 역할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태양광 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은 가정 수익 창출과 더불어 초기 투자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년 대여사업을 도입했다. 대다수 지역에서 폭발적 관심을 보이며 있다는 후문이다. 전기요금 절감효과는 2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의구심은 하나다. 우리는 왜 안될까. 5년에서 10년간 쓸 핸드폰이나 TV 및 냉장고 등 전력소비 제품에는 100만원이 넘는 돈을 쉽게 지출한다. 전기를 직접 생산하며 비용을 줄여주는 태양광 가전제품에는 왜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의아하다. 태양광 제품은 이미 B2C시장을 형성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듈을 선택해 시공할 수 있다.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필수가전품으로 여겨야 한다.
찌는 더위가 이어지는 올여름, 우리 집안에 태양광 설비를 필수 가전제품으로 들이면 어떨까.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hkahn@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