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에 관심이 뜨겁다. 세상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돼 정보를 수집하고 주고받으며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한다. 유명 가전업체와 통신회사부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까지 너나할 것 없이 IoT를 이야기한다. 최근 정책에도 사물인터넷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유행처럼 IoT가 번지고 있지만 뜬구름 잡는 용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날 앞서 제시됐던 유비쿼터스, 기계 간 통신(M2M) 등 용어와 구체적인 차이점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또 다른 홍보문구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냉소 섞인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4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사흘간 내셔널인스트루먼트 위크 2015가 열렸다. IoT가 화제였다. 논의 내용은 우리의 그것과 조금 달랐다. 시험·제어계측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세계에서 불러 모은 4000여명 개발자와 엔지니어, 과학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점차 가시화되는 IoT 사례와 의견을 나누며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논의 중심엔 ‘빅 아날로그 데이터’가 있었다. 각종 센서와 측정기기 등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정보로 프로세싱하는 과정과 의미 있는 가치를 도출하는 인프라스트럭처 이야기가 이어졌다.
뜬구름 같은 IoT를 산업용 IoT로 분류하고 IBM, 시스코, AT&T, GE, 인텔 등 각 분야 전문 기업이 산업용 인터넷 컨소시엄(IIC)을 구성했다. 개발과 디자인, 시제품, 테스트, 양산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주기에 IoT 기술을 접목해 산업용 IoT로 영역을 구체화하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IoT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세임은 확실하다.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IoT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표방하는 우리 정부와 국내 산업계에서도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기술교류가 활성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IoT를 기업과 정부의 홍보 문구로 만들어서는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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