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3/3] 최 위원장, "딤채, `특허 송사`로 사라질 뻔"

이날 인터뷰 중 “판사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특허 사건’이 있느냐”는 류경동 IP노믹스 편집장 질문에, 최 위원장은 특허법원 주심판사로 재직 때 자신에게 배당됐던 만도와 삼성 간 ‘김치냉장고 전쟁’을 또렷이 기억해냈다.

“1999년 말께입니다. 당시 만도기계가 ‘딤채’로 막 대박을 내던 때였죠. 그러자 삼성전자가 딤채는 자사 ‘김치숙성기술’을 침해한 것이라며 소를 제기한 겁니다. 만도 역시 ‘김치숙성기술은 널리 알려진 것으로 특허 가치가 없다’며 맞섰습니다. 오히려 삼성의 김치통 냉장고 ‘다맛’이 자신들의 특허기술을 일부 무단도용했다며 맞소송까지 낸 상태였어요.”

사건기록 검토부터 총 4차에 걸친 양측 변론 등 모든 심리를 마친 특허법원 제1부 최성준 판사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판결에 따라 패소 회사는 기업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매출 감소와 그에 따른 인력감축 등 엄청난 타격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일단 선고기일부터 미뤘습니다. 조정을 통한 해결이 최선책이라 생각한 거죠. 양 측 소송대리인과 임원급 인사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화의를 시도한 거죠. 처음 얼굴을 맞댈 때는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자리를 같이할수록 타협점을 찾아가더군요. 비즈니스맨 다웠습니다.”

이후, 양 측은 서로에게 제기한 모든 소를 취하했다. 누군가 한 쪽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뻔했던 이 사건은 최 위원장의 ‘솔로몬 지혜’로 원만히 마무리됐다. 이후 김치냉장고가 널리 보급되고, IMF때 어려웠던 만도 역시 살아나는 걸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다는 최 위원장이다.

그렇다면 양 사 간 합의 내용은 뭘까. 당시 양 측은 타협안을 비공개 처리키로 약속했다. ‘크로스 라이선싱’이란 것 외 지금까지도 알려진 게 없다.

“대충 시효도 지난 듯한데 살짝 얘기해달라”는 짓궂은 요구에, 최 위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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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진 IP노믹스 기자 mjshin@etnews.com